흐마도나(22)씨가 눈물을 흘리자 옆에 앉아 있던 몸라(27)씨가 그녀의 눈물을 조용히 닦아줬다. 흐마도나씨의 눈물은 ‘이전 부활절과는 마음이 다를 듯하다. 어떠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베트남 여성인 흐마도나씨는 3년 전 유학생 신분으로 한국에 와 경기대 무역학과에 입학했다. 학교 친구의 소개로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캄보디아 출신 몸라씨를 만났고 임신이라는 선물까지 받았다. 두 사람은 결혼을 약속했지만 코로나19 상황에서 결혼식은 꿈도 못 꿀 일이었다. 한국의 결혼 문화가 낯선 데다 결혼할 재정적 여유도 없어서다.
고민에 빠진 그들을 도운 건 경기도 성남 지구촌교회(최성은 목사) 청년들이다. 흐마도나씨는 지난해 11월 대학 친구의 전도로 지구촌교회에 출석하게 됐다. 지구촌교회 청년들은 그녀의 사연을 들은 뒤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결혼 프로젝트의 시작이었다.
20여명의 청년들이 청년부 반세호 목사에게 주례를 부탁했다. 결혼식장은 지구촌교회 분당채플의 올네이션스홀로 정했다. 청년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미용실과 결혼 인테리어 업체를 연결했다. 지난해 12월 결혼식을 올린 부부는 제주도로 신혼여행도 다녀왔다.
청년들의 도움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다음 달 출산 예정인 흐마도나씨는 지난 1월 뜻밖의 선물을 받았다. 교회에서 진행한 ‘10만원의 기적’을 통해 받은 아기 용품이다.
지구촌교회는 지난 1월 16일부터 교회 젊은이들의 상생 프로젝트라는 취지로 ‘10만원의 기적’을 시작했다. 100개팀을 모집해 10만원씩 제공하면 각 팀마다 하나님 나라의 사역을 하자는 프로젝트였다. 팀 모집은 순식간에 이뤄졌다. 목장과 성도들이 신청서를 제출했고 어느 새 130개 이상의 팀이 자원했다. 입소문을 타면서 1000만원으로 예정했던 10만원의 기적에 헌금이 모아졌다. 3700만원이 추가돼 4700여만원이 됐다. 131개팀, 600여명이 250개 지역사회의 1000여명에게 흘려보냈다.
지난해 이 부부의 결혼을 도운 청년들도 신청서를 제출했다. 분당대학지구 사탕목장과 수지대학지구 에클레시아 목장이다. 사탕목장은 생필품과 아기 옷, 출산선물 세트를, 에클레시아 목장은 물티슈 젖병 분유포트 체온계 과일 등을 구입했다. 두 목장이 받은 10만원씩 20만원에 헌금을 더해 총 40만원 어치였다.
흐마도나씨처럼 10만원의 기적을 경험한 대상은 다양하고 많았다. 코로나로 힘겨운 시간을 보내는 소상공인과 노숙인, 독거노인을 위로했고 경찰과 소방관을 격려했다. 다음세대와 다문화가정, 미혼모도 섬겼다.
부활주일인 17일 교회에서 만난 흐마도나씨는 “베트남에 있을 때도 교회를 다녔는데 이번 부활주일은 그때와 느낌이 다르다”면서 “아이가 있어서 인지 고난주간을 지내며 예수님의 고난을 기억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친구들의 도움으로 결혼했고 이제 출산을 앞두고 있다. 그들처럼 나도 곤란한 상황에 처한 사람을 섬기는 삶을 살고 싶다”고 말했다.
성남=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