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이 코로나19 확산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외국인의 매도 행렬도 끊이지 않고 있다. 당분간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여 증시 반등 여력은 낮다는 분석이 나온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1일에서 15일까지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17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코로나19 대규모 확산 직전인 2020년 2월(14조2000억원) 이후 가장 작은 규모다. 일평균 거래대금은 경기 부양을 위한 통화 당국의 유동성 공급, 증시 강세 등에 힘입어 지난해 1월 42조1000억원까지 늘었지만 점차 하락하다가 올해 2월엔 18조7000억원을 기록하며 20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개인 투자자의 ‘빚투(빚내서 투자)’도 줄었다. 지난해 9월 사상 최대인 25조7000억원에 달했던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올해 2월 20조원대까지 줄어들었다가 최근 22조원대를 기록 중이다. 신용거래융자는 개인들이 증권사로부터 자금을 빌려 주식에 투자하는 것을 뜻한다.
한동안 국내 증시의 약세가 지속된 데다 긴축 움직임과 원자재 가격 강세 등으로 경기 불안 우려까지 더해지면서 증시가 ‘박스권’에 머무를 가능성이 커진 점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수익이 나거나 주식시장의 위아래 변동성이 있을 때 거래가 수반된다”며 “현재 주가 방향성이 위쪽이 아니다 보니 손실을 보고 있는 투자자들은 추가로 주식을 살 이유가 적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이 안 좋은데 금리도 오르니 레버리지 투자를 해야 할 요인이 사라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설상가상으로 외국인은 매도 러시를 멈추지 않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코스닥, 선물과 옵션, 상장지수펀드(ETF), 상장지수증권(ETN), 주식워런트증권(ELW) 등 국내 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15일까지 20조8580억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은 코스피 시가총액 2위 LG에너지솔루션과 시총 1위 삼성전자를 각각 3조원 이상씩 순매도하는 등 대형주들을 집중적으로 팔아치웠다.
외국인의 유동성 회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금리 인상에 돌입하면서 본격화했다. 금통위는 지난 14일까지 네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모두 1%포인트 인상했다. 이에 더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다음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외국인의 자금 이탈이 가속화할 공산이 커졌다.
향후 증시 전망도 밝지 않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국은 네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했고 미국은 이제 막 인상을 시작한 만큼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주식을 더 내다 팔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황지연 교보증권 연구원은 “물가가 정점을 찍었다고 보고 최근 투자 심리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반등 모멘텀은 여전히 부족해 보인다”고 말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