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끈 쥔 주먹에 담은 시대의 탐욕…김성복 조각전

입력 2022-04-17 17:39 수정 2022-04-17 18:15
전시장에 주먹 불끈 쥔 손이 50여 개 도열하듯 진열돼 있다. 힘줄이 솟은 게 북한의 선전 포스터에 나오는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이 작품은 우리 시대의 탐욕을 상징한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 청작화랑에서 열리고 있는 중견 조각가 김성복(58) 성신여대 교수의 개인전 ‘누구를 위한 옮음인가’에는 이렇듯 욕망에 대한 성찰을 담은 신작들을 선보이고 있다.
김성복 조각가가 작품 옆에서 포즈를 취한 모습.

김 작가는 전시에서 인간의 욕망에 대한 3가지 즉, ‘욕망을 통해 바라본 나의 꿈’, ‘탐욕의 시대’ ‘욕망으로부터의 자유’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는 그가 우리 시대 인간은 누구인가에 대해 던진 근본적인 질문이기도 하다. 작가는 기존에도 숟가락 손잡이에 도깨비 방망이, 꼬리가 도깨비 방망이 모양인 호랑이 연작에서 보듯 인간의 욕망 문제를 천착해 왔다. 눈길을 끄는 것은 욕망으로부터 자유롭고 싶은 의지를 시각화한 달리는 사람 모양 조형물이다. ‘바람이 불어도 가야 한다’라는 제목이 붙은 이 연작은 발을 한껏 벌리고 팔을 지켜든 채 달리는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다. 주먹과 발 부분을 몸체보다 과장되게 크게 함으로써 탈욕망의 의지를 담고자 했다.

홍익대 조소과 학·석사 과정을 마친 작가는 돌을 사용해 호랑이, 도깨비 방망이 등 전통을 소재로 작업하며 미술계에 이름을 알렸다. 1990년대 전통적인 한국미를 자신들의 조각 모습에 맞게 재해석하자는 뜻으로 모인 젊은 조각가들의 모임 '한국성, 그 변용과 가늠'에서 활동했다.

이번에는 재료에서 변화를 가져와 스탠리스 스틸을 사용했고 여기에 미국 팝 아트 거장 제프 쿤스가 즐겨 사용하던 은색 크롬 도금이나 캔디(반짝이 원색) 도금을 입혀 발랄한 느낌이 물씬 난다. 이 연작은 지난해 조형아트서울에 출품됐는데, 높이 3m 대형 연작(1억원)을 윤영달 크라운해태회장이 구입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전시는 23일까지. 글·사진=

손영옥 문화전문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