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계의 초미세 공정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선두주자인 TSMC가 3나노 양산을 공식화했고, 인텔은 당초보다 예정을 당겨 2024년 업계에서 가장 앞선 공정을 도입한다는 목표를 내놨다.
17일 대만 디지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TSMC는 올해 하반기 3나노 공정 양산에 나설 예정이다. TSMC는 지난 14일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3나노 공정은 고성능컴퓨터(HPC)와 스마트폰 칩셋에서 주도할 것으로 예상한다. 7나노 및 5나노 도입 첫 해보다 많은 수요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3나노 공정은 아이폰15에 탑재될 애플 A17 바이오닉 생산에 도입할 예정이다. 올해 나올 A16 바이오닉은 기존 4나노 공정을 다시 사용한다. TSMC에 따르면 3나노 공정은 5나노보다 성능을 10~15% 높이고, 전력 소모를 25~30% 줄일 수 있다. TSMC는 2나노 공정 개발도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다. 2025년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이와 달리 삼성전자는 3나노 수율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다. TSMC가 3나노 공정 양산에 성공하면, 격차가 더욱 벌어진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시장조사기관 IC놀리지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3나노 수율 문제에 직면했으며, 올해 내부 제품 생산에만 3나노 공정을 도입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당초 올해에 3나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 양산을 목표로 했지만, 수율 확보를 위해 속도 조절을 하는 것이다. 외부 고객에게는 내년부터 3나노 공정 주문을 받을 것으로 전해졌다.
후발 주자인 인텔은 ‘추격의 고삐’를 바짝 당긴다. 인텔은 지난 11일 미국 오리건주 힐스보로에 위치한 반도체 공장 ‘모드3’ 개장 행사를 열었다. 인텔의 론러 에이커스 캠퍼스 내의 공장을 증설한 곳이다. 약 30억 달러(3조7000억원)를 투자했다.
인텔은 모드3를 초미세공정 개발의 전초기지로 활용할 방침이다. 캠퍼스 이름을 ‘고든 무어 파크’로 개명하기도 했다. 반도체 집적도가 2년마다 두 배씩 늘어난다는 무어의 법칙을 기리는 이름이다. 다시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도를 담은 것이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행사에서 초미세공정 달성 시기를 앞당기겠다고 선언했다. 겔싱어 CEO는 취임 이후 2025년 18A(1.8나노) 공정 도입을 목표로 삼았는데, 이를 6개월 이상 당겨 2024년 하반기에 18A 공정 양산을 시작하겠다고 강조했다. 인텔이 계획대로 목표에 달성하면 초미세공정에서 가장 앞서나가게 된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