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간 부동산 커뮤니티를 정독하고 주말마다 임장(부동산 현장 방문)을 다니는 사람들이 늘었다. 모이면 집값 얘기를 하고 부동산 정보를 공유한다. 당장 내 집 마련 계획이 없던 이들마저 공인중개업소를 들락거린다. 집값은 어차피 우상향이고, 가만히 있으면 앉아서 자산을 잃는다는 ‘상식 아닌 상식’이 싹텄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장과 전문가들은 앞으로 5년이 지난 5년과 다르다고 본다. 금리 상승기라는 점, 집값이 너무 많이 치솟았다는 점이 근거다. 새 정부는 ‘어차피 집값은 오른다’는 통념과 싸워야 한다. 수요를 충족할 만큼 많은 주택을 공급하는 게 방법이다. 다만 단기에 효과를 보기 어렵다. 결국 시장에 꾸준한 ‘공급 신호’를 줘야한다. 세제 개편으로 매물을 끌어내 단기 공급 효과를 높이는 방안도 동원해야 한다.
‘집값 불패’는 신화?
그동안 집값을 띄웠던 변수들은 하나씩 바뀌고 있다. 이 때문에 향후 집값 전망이 엇갈린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명예교수는 “앞으로의 5년은 지난 5년과는 다르다. 저금리 시대가 끝나고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오른 데다, 무엇보다 집값 자체가 너무 많이 올랐다”라고 진단했다.
집값이 무한정 오르지는 않는다. 이명박정부, 박근혜정부에서는 물론 1990년대에도 부동산 시장은 침체기를 겪었다. 그런데도 현재 ‘내 집 마련’에 대한 시장의 열망은 뜨겁다. 직방이 지난달에 진행한 설문조사를 보면, 무주택자들은 새 정부 공약 가운데 생애 최초 주택가구의 LTV 인상·개편(29.9%)에 가장 큰 기대를 걸었다. 이어 5년간 250만 가구 이상 공급(16.9%), 2022년 공시가격을 2020년 수준으로 환원(16.6%), 공공임대주택의 양적·질적 확충(10.2%) 순서였다.
묘수보다 정석, 흔들리지 말고 장기 계획 세워야
최근 5년간 서울 집값 추이를 살펴보면 ‘집값은 계속 오른다’는 신화에도 근거는 있다. KB리브부동산 월간 통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의 중위 매매가격은 2017년 5월 6억635만원이었다. 2018년 1월에 7억500만원으로 7억원 선을 돌파했다. 그해 9월에는 8억2975만원이었고, 2020년 1월에는 9억원 선(9억1216만원)를 넘어섰다. 서울 아파트의 중위 매매가격은 지난해 6월 10억1417만원을 기록하면서 10억원 선마저 무너뜨렸다.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고 위로, 위로 치솟은 것이다.
집값이 이런 그래프를 그리면서 장기적으로도 우상향한다고 믿는 사람들은 무리해서라도 내 집 마련에 뛰어들 수밖에 없다. 수요를 조절하려면 결국 시장에 집값이 영원히 오르지 않는다는 신호가 퍼져야 한다.
전문가들은 ‘심리’를 바꾸기 위한 묘수보다 ‘정석’을 주문한다. 흔들리지 말고 꾸준히 장단기 주택 공급정책을 펼치라는 것이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지난해처럼 오르지야 않겠지만 단기 공급이 없으니까 일단은 우상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다주택자 매물이 얼마나 시장으로 나와주느냐가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