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법 폐지냐 굳히기냐… 집값 밀어 올리는 전세 시장

입력 2022-04-17 15:11

정부가 2020년 7월 이후 차례로 시행한 새 임대차법(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 전월세신고제)이 갈림길에 섰다. 새 임대차법은 세입자 보호 등 긍정적 효과에도 불구하고 전세난 등의 시장 불균형 원흉으로 지목됐다. 일부에선 하루라도 빨리 법을 폐지해 임대차 시장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새 정부의 의지만으로 제도 폐지가 어려운 상황에서 개선안을 놓고 협의해야 한다는 현실론도 제기된다.

부동산 업계에선 정치권이 제기한 폐지론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본다. 예상되는 문제를 해결하면서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법률 개정이라는 문턱을 넘을 수만 있다면 아예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명예교수는 “계약갱신청구권 등의 적용 범위를 평균 임대료 하한선으로 한정하는 등 법 적용 범위와 정도를 한정하는 방향으로 (민주당을) 설득해야 한다”라고 17일 지적했다.

새 임대차법은 세입자 방어권 강화라는 좋은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법을 시행한 지 2년이 가까워지고 있다. 일부 시민단체는 더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런데도 시장에서 부정적 시선으로 바라보는 건 부작용이 크기 때문이다. 최근 전세 매물의 실종도 부작용의 하나로 지목된다. 보증금에 따른 금융소득을 얻기 어려워진 집주인들이 월세 비중을 늘려서다. 월세화가 진행되면 당장 주거비 부담이 늘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이런 부작용들이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고 진단한다. 특히 오는 8월 임대차 시장에서 이른바 ‘대란’이 올 것이라고 경계한다. 2020년 8월 계약갱신청구권에 따라 계약을 갱신한 임대차 물량의 계약 종료시점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새 임대차법은 기존 2년이었던 계약기간을 ‘2+2년(계약 종료 후 1차례만 추가 2년 보장)’으로 늘리고, 갱신계약 때 임대료 증액 상한선을 5%로 제한했다.

이에 따라 계약갱신 물량과 신규 임대차 매물의 가격 차이가 크게 벌어졌다. 시장에는 같은 아파트 단지에서도 가격이 크게 벌어지는 ‘이중가격 현상’이 심화했다. 집주인들이 2년간 계약갱신한 물량을 올해 내놓으며, 2년치 가격 인상을 한 번에 적용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조 교수는 “갱신을 포기하는 쪽에 인센티브를 주는 식으로 법을 개선하는 걸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