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로남불 없다”…尹측, 정호영 ‘한풀이’ 기자회견 이후 ‘교체’ 수순

입력 2022-04-17 11:43 수정 2022-04-17 11:54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15일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올라가는 승강가 안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은 ‘자녀 의대 편입’ 논란에 휩싸인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를 교체하는 방향으로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형식은 정 후보자의 자진 사퇴 방식을 취하겠지만, 사실상 경질 의미라는 것이다.

윤 당선인 측 핵심 관계자는 17일 “윤석열정부에서 ‘내로남불’은 없다”면서 “정 후보자가 개인적으로는 억울할 수는 있어도, 국민정서에는 맞지 않다는 의견이 대세”라고 말했다.

정 후보자의 딸·아들이 각각 정 후보자가 경북대병원 진료처장·병원장이었을 때 경북대 의대에 연이어 편입한 것을 둘러싸고 ‘조국 사태’의 판박이가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정 후보는 이날 오후 2시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관해 설명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이 관계자는 “정 후보자가 하도 억울해하니 해명할 기회를 주는 것”이라며 “해명 기자회견을 이렇게 일찍 잡은 것은 정 후보자 문제를 조기에 수습해야 한다는 위기감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 후보자에게 한풀이 기회를 준 뒤, 적절한 자진 사퇴 시점을 모색하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윤 당선인 측은 정 후보자의 ‘자녀 의대 편입’ 문제를 방치했다가는 6·1 지방선거에 엄청난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로 인해 조기 경질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다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과 윤 당선인의 최측근 한동훈 법무부 장관 지명 등 정국 대충돌 위기가 높은 상황에서 정치적으로 불리한 이슈를 제거하겠다는 의도도 담겨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5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로 출근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윤 당선인은 정 후보자 논란과 관련해 “부정의 팩트가 확실히 있어야 하지 않나”고 말했다고 배현진 당선인 대변인이 전했다.

윤 당선인은 정 후보자 편을 들어주는 모양새를 취하면서도 신중한 입장을 취한 것이다.

정 후보자의 딸과 아들은 2017년과 2018년 각각 경북대 의대에 편입했다.

정 후보자가 경북대병원 진료처장·병원장이었을 때여서 자녀들이 ‘아빠 찬스’를 활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가 연상되는 지점이다. 이에 따라 ‘내로남불’ 아니냐는 비판이 오는 상황이다.

국민의힘에서도 비슷한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한 의원은 “본인이 억울할 수는 있지만 여러모로 봤을 때 국민들이 납득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문재인정부 인사들에 대해 해 왔던 검증의 척도를 동일하게 적용한다면 스스로 물러나는 게 맞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후보자 경질에 신중해야 한다는 반론도 윤 당선인 측 내부에 있다.

다른 국민의힘 의원은 “정 후보자가 자진사퇴할 경우, 민주당은 다른 후보자들에 대해 더 큰 공세를 가할 것”이라며 “우리가 정 후보자를 지킬 수밖에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토로했다.

정현수 강보현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