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험금 8억 노린 이은해 조현수 자수 수사 본격화

입력 2022-04-17 11:15 수정 2022-04-17 14:25

‘계곡살인’ 사건 피의자 이은해(31)·조현수(30)씨가 16일 지하철 3호선 삼송역 근처 은신처에서 검거돼 인천지검에 압송된뒤 강도높은 조사를 받고 있다.

인천지검 관계자는 17일 “기소하면 상세한 내용 포함해서 보도자료를 낼 생각”이라면서도 “기소 전에는 확실하게 공보 계획이 정해진 게 없다”고 말했다.

이씨는 내연남인 조씨와 함께 2019년 6월 30일 오후 8시 24분쯤 경기도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수영을 전혀 하지 못하는 남편 A씨(사망 당시 39세)에게 기초장비없이 다이빙을 강요한뒤 A씨의 구조요청을 묵살해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인천지검 형사2부는 지난달 30일 보도자료를 통해 “2019년 6월쯤 생명보험금 8억원을 받으려고 피해자 A씨를 살해한 법률상 배우자 이씨와 공범 조씨가 검찰수사 중 지난해 12월쯤 도주했다”며 공개수사로 전환한 바 있다.

검찰에서 밝힌 피의사실 요지에는 가평 용소계곡 살인 외에도 양양 복어독 살인미수 사건, 용인 낚시터 살인미수 사건 등이 나타나 있다.

양양 복어독 살인미수 사건은 이은해의 남편 A씨의 생명보험금 8억원을 수령할 목적으로 2019년 2월쯤 강원 양양군 펜센에서 A씨에게 복어 정소, 피 등을 섞은 음식을 먹여 살해하려 했으니 치사량 미달로 살인미수에 그친 사건을 말한다.

용인낚시터 살인미수 사건은 같은 목적으로 2019년 5월 새벽 무렵 용인시 낚시터에서 수영을 전혀 못하는 A씨를 물에 빠뜨려 살해하려 했으나 잠에서 깬 지인에게 발각돼 A씨가 물밖으로 빠져 나와 살인미수에 그친 사건이다.

인천지검과 인천경찰청은 지난 6일 가평 계곡 살인사건의 피의자 두사람을 체포하기위해 검·경 합동수사팀 구성해 16일 이씨 아버지 설득으로 자수의사 밝힌 두사람을 경기 고양시 삼송역 인근 은신처에서 체포했다. 경찰은 두사람 신병을 검찰에 인계하고 보도자료나 브리핑을 안하기로 결정했다. 수사는 검찰이 주도하고 있다.

검경은 검거 직전까지 인적이 드문 지역이 아닌 도심 속 오피스텔을 은신처로 택하고 도피 생활을 한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조력자 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배제하지 않고 수사하고 있다.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조력자가 있는지에 대해 추가 수사를 펼치고 있다.

이씨와 조씨는 검찰 2차 조사가 예정된 지난해 12월 14일 도주한 뒤 곧장 이 오피스텔로 오지는 않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씨는 16일 경찰에 체포되면서 “지난해 12월 도주했을 때부터 이 오피스텔에 있었느냐”는 수사관의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와 조씨는 오피스텔에 온 뒤에는 내부에만 있지 않고 외출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이달 초 오피스텔 근처인 삼송역 인근을 돌아다니다가 이면도로에 설치된 CCTV에 모습이 찍혔다.

이씨와 조씨는 검찰의 공개수배로 자신들의 얼굴이 계속 보도되는 상황에서도 태연하게 거리를 돌아다녔고, 경찰은 이들의 모습이 담긴 CCTV를 최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외출 시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되면서 시민들이 이씨와 조씨와 마주치더라도 곧장 이들을 알아보지 못했던 것”이라며 “은신처로 쓸 오피스텔을 구하는 과정과 이들이 자신들 명의의 신용카드와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으면서 장기간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했다는 점에서 조력자가 있었을 가능성이 아주 크다”고 언급했다.


한편 ‘계곡 살인’ 피의자 이은해·조현수씨가 검찰 수사를 받다가 도주한 지 4개월 만에 검거되자 피해자의 누나가 처음으로 심경을 밝혔다.

피해자 A씨 누나 B씨는 17일 오전 한 인터넷 카페에 글을 올려 “공개수배 이후 매일 쏟아지는 보도와 기사에 마음이 무겁기만 했다”며 “동생이 진심으로 대했을 그들은 제 동생을 그저 돈으로만 이용했다는 사실이 너무나 기가 막힌다”고 토로했다.

이어 “아이를 키우는 어느 엄마가 살인을 저지른 대가로 얻은 보험금으로 아이를 키우려고 하느냐”며 “제 동생을 담보로 경제적 이득을 취하려고 했던 짐승들을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다”고 이씨와 조씨를 비판했다.

B씨는 동생이 숨진 뒤 그의 명의로 된 생명 보험금 지급이 계속 미뤄지자 이씨가 자신에게 직접 도움을 요청했다는 새로운 사실을 전했다.

그는 “2020년 초쯤 동생의 보험금 지급이 계속 미뤄지니 제게 도움을 청했던 그 뻔뻔함을 기억한다”며 “늦었지만 (이들이) 법으로 심판받을 수 있는 자리까지 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너무나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문득 오늘 밤은 동생과 전화 통화라도 하고 싶다”며 “범죄자는 벌을 받고 동생은 그 여자를 만나기 전으로 돌아가 평범하게 살 수만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B씨는 또 “오랜 시간 관심 가져주시고 응원해주신 회원분들께 감사하다”며 “현장에서 애써주신 일산 서부서 형사님들과 인천지검 검사님께도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인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