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증시가 14일(현지시간) 국채금리 급등 여파에 기술주 중심으로 하락 마감했다. 옵션만기일로 대형주의 변동성이 컸던 점, 세계 경기 둔화 이슈가 꾸준히 부각하는 점도 증시의 하방 압력을 키운 요인으로 지목된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2.14% 하락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다우지수는 각각 1.21%, 2.14% 떨어졌다. 대형 은행사들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대손충당금 설정으로 부진한 실적을 기록한 것도 주목할 만한 특징이다.
1. 국채 금리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공격적인 긴축 가능성을 시사하며 미 국채금리가 급등했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이날 13bp(1bp=0.01% 포인트) 오른 2.82%를 기록했다. 2년물 국채금리도 10bp 상승해 2.48%까지 올랐다. 국채금리가 꾸준한 오름세를 보이면서 상승 압박을 제한하는 모양새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이날 방송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을 통제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신속하게 인상할 필요가 있다”며 “우리는 정책을 더 중립적인 수준으로 되돌려야 한다”고 말했다. 5월 50bp 금리 인상을 묻는 말에는 “아직 우리가 내린 결정은 아니다”면서도 “연방기금금리가 매우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합리적인 선택지일 수 있다”고 했다. 인플레이션을 통제하기 위해 신속한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뜻을 재확인한 것으로 읽힌다.
유럽중앙은행(ECB)도 이날 금리를 동결하고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3분기에 종료하겠다는 기존 방침을 재확인했다. 이번 주 발표된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등으로 인플레이션을 둘러싼 우려가 한층 치솟은 것도 향후 연준의 긴축 행보를 가속할 근거로 제시된다.
2. 테슬라 [TSLA]
테슬라는 전 거래일보다 3.66% 떨어진 985달러에 거래를 종료했다. 국채금리가 급등한 데 이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트위터 주식을 430억 달러(약 52조8000억원)에 100% 사들이고 비상장 기업으로 전환하는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제안한 영향이다. 머스크는 전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서류를 제출해 트위터 인수 의사를 밝히며 주당 54.20달러, 총 430억 달러를 제시했다. 머스크가 인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테슬라 주식을 매각할 수 있다는 관측이 투자심리를 악화시킨 것이다.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위터 현 경영진이 ‘포이즌 필’ 발동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적대적 M&A를 막기 위한 방어책으로 대표되는 포이즌 필은 이사회 의결만으로 기존 주주들에게 시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신주를 발행할 수 있다. 적대적 M&A 시도가 들어왔을 때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다.
3. 은행주
일부 대형 은행사들이 1분기 실적 발표 속에 희비가 엇갈렸다. 전날 JP모건의 순이익이 시장 전망치보다 부진한 것으로 집계된 데 이어 이날은 웰스파고 역시 모기지 금리 상승으로 예상치를 밑돌았다. 투자은행(IB) 부문 수수료 감소, 전쟁 여파로 러시아와 관련된 손실 등이 하락 폭을 키운 원인이다.
웰스파고는 이날 올해 1분기 주당 88센트의 순이익에 175억90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월가 추정치인 주당순이익 81센트, 매출 178억 달러를 밑도는 수치다. 대출 부실에 대비해 1분기에 11억 달러의 대손충당금을 적립한 영향으로 보인다. 아쉬운 실적 발표 속에 웰스파고는 4.51% 하락한 46.35달러에 장을 닫았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팩트셋은 S&P500지수에 상장된 은행들의 1분기 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 줄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반면 전체 기업의 1분기 순이익은 4.5% 증가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래도 IB 부문이 강한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씨티그룹의 실적은 예상치를 웃돌았다. 골드만삭스의 1분기 주당 순이익(EPS)은 10.76달러, 영업수익은 129억3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모건스탠리의 분기 EPS와 영업수익은 각각 2.02달러, 148억 달러로 집계됐다. 씨티그룹의 분기 EPS와 영업수익도 각각 2.02달러, 192억 달러를 기록하며 예상치를 넘어섰다.
골드만삭스 주가는 이날 0.10% 하락했고, 모건스탠리 주가는 0.75% 올랐다. 씨티그룹 주가는 1.56% 상승했다.
하루 3분이면 충분한 월스트리트 산책. [3분 미국주식]은 서학 개미의 시선으로 뉴욕 증권시장을 관찰합니다. 차트와 캔들이 알려주지 않는 상승과 하락의 원인을 추적하고, 하룻밤 사이에 주목을 받은 종목들을 소개합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