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철 후보자, 외대총장 시절 ‘금수저 부모’ 조사”

입력 2022-04-17 09:15 수정 2022-04-17 11:28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1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한국교육시설안전원으로 출근하며 안경을 벗고 있다. 뉴시스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한국외대 총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이른바 ‘금수저’ 학생의 가정환경 조사를 시도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논란이 일고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5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한국외대 총장으로 부임한 이듬해인 2015년 ‘주요 학부모’라는 이름으로 고위공무원과 국회의원, 의사, 법조계 등 특정 직업을 가진 재학생과 휴학생의 부모를 전수조사했다.

‘특정 직업’은 2급 이사관 이상 고위 공무원, 국회의원, 종합병원 과장 이상 의사, 판사·검사·변호사, 대기업·금융권 임원, 일반기업 대표 등이다. 여기에 ‘학과장의 판단으로 학교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학부모’도 포함됐다.

당시 학교 공문을 살펴보면 “주요 학부모 네트워킹을 통해 우리 대학의 비전과 발전상을 알리고, 대학 발전에 대한 자문을 구하고자 학과별 주요 학부모를 파악하고자 한다”고 돼 있다. 조사 목적에 ‘발전기금 모금’도 명시했다. 조사의 취지는 학부모 네트워킹을 도모하고 학교 발전 기금을 모금하기 위해서였다는 것이다.


당시 학생들 사이에서는 이에 대한 반발이 거셌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학교 온라인 커뮤니티에 “세상에 안 중요한 학부모가 있나”라는 항의글이 쇄도했다.

학교 커뮤니티 대나무숲에 올라온 그 당시 게시글을 보면 “‘주요 학부모’라는 말을 이해할 수 없다. 자식 공부 잘 시키고 싶고 학교 잘 다녔으면 좋겠다는 마음일 텐데”라고 적혀 있다. 한국외대 총학생회는 자료집에서 “학교에 도움이 되는 부모를 파악하기 위해 학부모를 등급으로 나누고자 한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국외대 2015년 5월 ‘학과별 주요 학부모 파악 협조 요청’ 공문 갈무리. 박찬대 민주당 의원실 제공

박 의원은 “학부모 직업군 조사는 학생을 서열화하고 위화감을 조장하는 시대착오적 금수저 가정환경조사”라며 “돈 있고 권력 있는 학부모의 목소리만 듣고 평범한 직장인·자영업자 학부모들의 의견은 듣지 않겠다는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해당 사건이 발생한 시점에 김 후보자가 한국외대 총장으로 재직했지만 적절한 사과나 해명 없이 넘어갔다. 왜 이런 조사를 지시했는지 김 후보자는 국민께 충분히 소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김 후보자가 총장 재직 시 학내 구성원과 잦은 마찰을 빚었다는 증언과 자료가 쏟아진다”면서 “이런 리더십과 공감 능력으로 창의성과 자발성이 가득한 우리 학생들과 어떻게 소통해 미래지향적 교육정책을 수립할지 걱정된다”고 성토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