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총리, 세월호 유가족에 “정부가 국민 못 지켜…머리 숙여 사죄”

입력 2022-04-16 16:04
지난 15일 경남 사천해양경찰서 개소식에 참석한 김부겸 총리가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뉴시스

김부겸 국무총리가 세월호 유가족을 향해 “정부를 대표해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앞서 2017년 8월 문재인 대통령이 “정부를 대표해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세월호 유가족에 대한 사과를 한 바 있었지만, 김 총리는 표현의 강도를 ‘사죄’로 높였다.

김 총리는 16일 세월호 8주기를 맞아 안산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참사 제8주기 기억식에 참석해 이 같이 밝혔다. 그는 추도사를 통해 “대한민국 정부가 우리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했다. 여러분의 가족을 지키지 못했다”며 사죄의 뜻을 표했다.

그러면서 “세월호 참사가 우리 공동체에 분명히 알려준 것은 ‘안전’에 있어서는 결코 타협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참사까지 이어진 수많은 과정에서 어느 누구라도 ‘안전을 우선해야 한다’는 양심의 목소리를 내줬다면 우리는 이 비극을 막을 수 있었을지 모른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어 “지금도 우리 사회에는 불편과 비용 절감을 이유로 안전을 양보하자는 목소리가 있다. 그래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세월호 참사 8주기를 하루 앞둔 지난 15일 오후 기억 문화제가 열린 광주 남구 백운광장에서 추모객들이 노란 꽃으로 희생자를 추모하고 있다. 연합뉴스

또 김 총리는 참사 10주기인 2024년까지 건립될 예정인 ‘4.16생명안전공원’을 언급하며 “이웃 시민의 아픔에 공감하고 한없이 넉넉한 품을 내어주신 안산시민 여러분들의 시민정신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독일 베를린의 ‘홀로코스트 메모리얼’, 미국 뉴욕의 ‘9·11기념관’을 언급하며 “(두 공간 모두) 도심 한 가운데 있는 사회적 참사 기념공원이자 애도의 공간이다. 이곳을 찾는 어느 누구도 이 시설들을 부정적으로 보지 않는다”며 “예전의 일상으로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유가족의 한을 조금이라도 헤아린다면 우리 모두는 부끄럽지 않은 동료 시민으로서 이날을 기억하고 그 아픔을 함께 나눠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총리는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것은 국가의 책임이다. 앞으로 어떤 정부에서도 사회적 참사를 예방하고 국가의 재난관리 역량을 강화하는 것은 필수적인 일”이라며 “피해 지원에 있어서도 소홀한 부분이 없도록 정부가 끝까지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