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수미 성남시장 비서실에서 근무했던 전 정책보좌관 박모씨가 지난 2018년 시장을 수사하는 경찰들이 직원 인사·계약 성사 등 부정 청탁을 요구해온 사실을 은 시장에게 “여러 번 보고했다”고 법정 진술했다.
15일 수원지법 형사11부(재판장 신진우) 심리로 열린 은 시장의 뇌물공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사건 7차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박씨는 은 시장 측 변호인이 “(은 시장이) 경찰들의 청탁을 들어주라 했는가”라고 묻자 “(당신이) ‘알아서 하세요’ 이런 식으로 말했다”라고 답했다. 박 전 정책보좌관은 은 시장의 최측근으로 현재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이날 박씨는 법정에서 “수사정보와 경찰관 청탁 등을 (은 시장에게) 여러 번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은 시장 측 변호인이 “당시 은 시장 반응은 어땠는가”라고 묻자 그는 “그냥 무덤덤했다”고 했다.
앞서 검찰은 “당시 시장은 침묵하더니 ‘정말 말도 안 되는 상황이네요’라고 화를 냈다고 했는데, 맞는가”라고 박 전 정책보좌관에 물었다. 그러자 그는 “그렇게 기억한다”고 답했다.
박씨는 첫 보고에서 은 시장이 화를 내 ‘어떻게 하라’는 지시를 받지 못했다고 했다. 이후 같은 사안을 다시 보고하자 은 시장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시 들어줘도 괜찮을 것 같다”라는 식으로 말했다고 밝혔다.
“경찰관들의 청탁 요구를 들어준 이유는 뭐냐”는 검찰 질문에는 “아무래도 (경찰이) 은 시장을 조사한 결과에 조금이나마 우호적인 부분이 반영될 수 있지 않을까 판단했다”고 박씨는 말했다.
또 검찰이 “수사가 진행되는 시점에 수사팀장이 전화해 당당하게 이런 (청탁) 요구를 한 것을 두고 증인이 느끼기에 어땠나”라고 묻자 박씨는 “개인적으로 전화와서 당황스러웠다”고 답했다.
은 시장은 박씨와 공모해 2018년 10월 당시 자신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수사하던 수사팀장 김모 전 경감으로부터 수사 기밀을 제공받는 대가로 직권을 남용해 김 전 경감 지인의 6급 팀장 보직, 김 전 경감이 요구하는 업체와 성남시 납품 계약 체결 등의 청탁을 들어준 혐의로 기소됐다. 김 전 경감은 1심에서 유죄가 인정돼 징역 8년을 선고받았다.
은 시장은 박씨에게 2018년 10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휴가비나 명절 선물 등 명목으로 467만원 상당의 현금과 와인 등을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증인은 은 시장을 보좌하면서 설이나 추석, 시장 생일, 해외출국 등 특별한 날에 소위 돈 봉투를 마련해 은 시장에게 전달했는가”라는 검찰 질문에 박씨는 “네”라고 답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