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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너편 반지하방에 아저씨가 사는데 돌이라는 착한 닥스훈트를 키우고 있어요. 그런데 그 아저씨가 몇 년 전에 중풍이 와서 오른쪽 팔다리를 못 쓰더니 점점 심해져서 몸을 구부리지도 못하게 됐어요. 길 가다 쓰러지고 방에서도 쓰러지고…. 아저씨가 며칠째 안 보이길래 찾아갔더니 글쎄, 본인도 강아지도 허덕허덕 다 죽어가대요. 자기 마음은 강아지를 사랑하는데 몸이 말을 듣지 않으니…. 아저씨도 저도 많이 울었어요.”
-경기도 부천 제보자 하남희(72) 할머니
제보자인 하남희 할머니는 경기도 부천 괴안동에서 작은 참기름집을 운영하며 월세 30만원 옥탑방에 살고 있습니다. 할머니에게는 계수동의 판자촌 시절부터 챙겨온 십년지기가 있는데요. 건너편 반지하방에서 7살 닥스훈트 돌이를 기르는 김재호(65·가명)씨입니다. 두 사람은 판자촌이 재개발되면서 함께 쫓겨났더랬죠.
매일 새벽 돌이를 데리고 동네를 산책하던 아저씨는 지난달 말쯤 갑자기 종적을 감췄습니다. 걱정이 된 할머니가 반지하방을 찾아가보니 아저씨와 돌이는 나란히 쓰러져 있었습니다. 아저씨가 뇌졸중으로 쓰러지면서 돌봄을 받지 못한 돌이도 아무 것도 먹지 못한 채 생사를 오간 거죠. 할머니의 신고로 아저씨는 급히 응급처치를 받았으나 사지가 마비되는 큰 장애를 갖게 됐습니다. 더는 돌이를 돌볼 수 없는 처지가 된 겁니다.
하 할머니는 “병과 빈곤으로 인해 사랑하는 돌이와 이별하게 된 아저씨는 미안하다며 펑펑 울고 나도 울었다”면서 “돌이가 좋은 가족을 만나도록 도와주고 싶다”며 사연을 전했습니다.
“50대에 걸린 중풍, 가족들 떠나고 돌이만 남았어요”
김씨 아저씨는 동네 식당을 돌며 폐식용유를 수거하는 트럭 운전사였습니다. 일용직으로 일하는 아들, 부인과 함께 살던 아저씨는 어린 닥스훈트 돌이를 데려와 길렀어요.
하지만 2016년 무렵 김씨 아저씨는 뇌졸중으로 쓰러졌고 그 후유증으로 오른쪽 팔다리가 마비됐어요. 운전대를 잡기 어려워진 아저씨는 직장에서 해고되고, 그 과정에서 가족들과도 헤어지게 됩니다. 방치된 아저씨와 돌이를 돌본 것은 오랜 이웃인 하 할머니였습니다. 하 할머니는 “아저씨는 중풍이 온 뒤로는 허리를 숙이지도 못했다”며 “종종 찾아가 아저씨 대신 돌이 밥을 챙겨주고, 참기름 판 돈을 얼마간 주곤 했다”고 합니다.
할머니는 이후로도 돌이네 아저씨에게 절실했던 도움들을 줍니다. 지역 재개발로 갈 곳이 없어진 돌이네를 위해 인접한 부천 괴안동에 월세 20만원 반지하방을 구해주고 아저씨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에 선정되도록 필요한 절차를 도왔지요. 닥스훈트들은 크게 짖어서 늘 소음 문제로 말썽이죠. 돌이 역시 소음 민원이 많아지자 할머니는 주변 이웃의 후원을 받아 돌이의 성대 수술도 해주었습니다. 할머니는 “마음은 아프지만 다닥다닥 붙어사는 빈민촌 특성상 돌이의 성대수술을 할 수밖에 없었다”며 안타까워합니다.
“또다시 걸린 중풍…. 아저씨도, 저도 엉엉 울었어요”
아저씨가 돌이를 챙기는 마음은 지극했습니다. 산책을 좋아하는 돌이를 위해 본인의 밤색 점퍼를 잘라 돌이의 외투를 만들어 입힌 뒤 뇌졸중으로 거동이 불편해진 몸을 이끌고 겨울 내내 매일 돌이와 새벽 산책을 나섰답니다. 하지만 봄이 찾아온 지난달 말쯤 돌이네 아저씨는 돌연 산책을 멈췄습니다. 이상하게 여긴 할머니는 며칠 뒤 반지하방을 찾아갔고, 그곳에서 뇌졸중이 재발해 쓰러진 아저씨를 발견합니다.
응급실에 실려 간 아저씨의 상태는 심각했습니다. 쓰러지는 과정에서 탁자에 부딪혀 왼쪽 눈을 잃고 봉합수술을 받게 됐습니다. 할머니는 “아저씨의 반지하방 보증금 300만원을 빼고 내 돈을 보태 병원비를 마련했다”고 말했습니다. 함께 발견된 돌이는 며칠간 물과 사료를 받지 못해 탈진 증세를 보였으나 할머니의 응급조치 덕에 이후 건강을 회복했습니다.
돌이와 아저씨는 더는 함께 살아갈 수 없게 됐습니다. 아저씨는 친동생과 연락이 닿아 충북 보은의 영구임대아파트에서 돌봄을 받고 있습니다. 갈 곳을 잃은 돌이는 사연이 유기견 인터넷카페에 소개된 뒤 경기도 안산에 사는 20대 대학생의 원룸에서 임시보호(임보)를 받고 있습니다.
국민일보의 인터뷰 요청에 김씨 아저씨는 “더는 돌이를 돌보지 못해 미안할 뿐”이라며 통화를 거절했습니다. 하 할머니는 “아저씨는 돌이를 보내면서 많이 울었고 그 모습에 나도 울었다”면서 “병과 빈곤으로 인해 돌이를 떠나보내는 아저씨의 사정을 부디 이해해달라”고 합니다.
순둥이 닥스훈트, 돌이의 가족을 기다립니다
지난 9일, 국민일보는 경기도 안산의 임보처에서 돌이를 만났습니다. 이날 현장에는 돌이의 입양적합도를 점검하기 위해 10년차 행동전문가 권미애쌤도 동행했습니다.
현관문을 열자 반갑게 달려 나오는 돌이. 취재진을 한 바퀴 둘러보더니 남성 기자에게 앉아보라며 손짓을 하더군요. 원래 보호자였던 아저씨가 자주 품에 안아준 걸까요. 녀석은 넉살 좋게 기자의 품 안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닥스훈트는 야외 산책 중 활동성이 뛰어난 견종이죠. 근데 눈치 빠른 돌이 녀석 산책할 때 보호자와 걸음 속도를 제대로 맞출 줄 압니다. 거동이 불편한 보호자와 오래 발을 맞춰 걸어본 덕일 겁니다.
하지만 소변 실수가 잦은 게 눈에 띄었습니다. 30㎝ 너비의 배변패드에서 빗나가게 소변을 보거나 가구 모서리에 종종 마킹(영역표시성 소변)을 하더군요. 해결책으로 미애쌤은 중성화수술을 권장했습니다. 더불어 배변패드 이용법을 가르쳤어요. 미애쌤은 “닥스훈트는 몸통의 길이가 길어서 패드를 두 배 넓게 깔아주는 것이 좋다”면서 “마킹 습관이 있는 견공은 패드 중간에 2ℓ 크기의 생수병을 세워두면 맞춰서 소변을 볼 확률이 높아진다”고 설명합니다. 과연 30분 뒤 돌이는 패드 중앙에 세워진 생수병에 맞춰 정확히 소변을 마쳤습니다.
온순한 닥스훈트 돌이의 가족을 모집합니다. 관심 있는 분은 기사 하단의 입양신청서를 작성해주시길 바랍니다.
✔눈망울이 예쁜 닥스훈트, 돌이의 가족을 모집합니다🙏
=돌이, 7살 수컷(중성화x)
=7kg, 성격이 온순하며 사람을 잘 따름. 다른 개들과 사회성 우수
=사람의 무릎 위에 올라오는 것을 좋아하며, 보호자와 산책 속도를 맞춤
✔돌이는 개st하우스에 출연한 88번째 견공입니다. (71마리 입양 완료) 입양자에게는 반려동물 사료 브랜드 로얄캐닌이 동물의 나이, 덩치, 생활습관에 맞는 ‘영양 맞춤사료’ 1년 치(12포)를 후원합니다.
✔입양 문의는 아래 링크를 클릭해주세요
=https://naver.me/5qgMJwiQ
이성훈 기자 최민석 기자 tell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