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처가 공식 유튜브 영상에서 김치를 ‘파오차이(泡菜)’라 표기해 사과한 가운데 해외에 한국 문화를 알리는 공식 관광 사이트에 파오차이(泡菜)로 표기된 사례가 80건 적발됐다. 해당 사이트들은 문제를 지적하자 곧바로 확인 뒤 수정하겠다고 알려왔다.
국민일보가 15일 취재한 결과 한국관광공사, 제주관광공사 등 국가 및 광역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관광 홍보 사이트에서 공식 표기인 ‘신치(辛奇)’ 대신 ‘파오차이(泡菜)’라고 표기한 건수는 총 80개였다. ▲한국관광공사 2건 ▲제주 40건 ▲경기 13건 ▲광주 8건 ▲부산 5건 ▲전남 5건 ▲전북 3건 ▲서울 1건 ▲충남 1건 ▲경북 1건 ▲울산 1건 ▲강원, 경남, 세종, 인천 0건 순이었다. 충북과 대구의 경우는 중국어 사이트로 접속이 불가했다.
한국관광공사에서 운영하는 ‘VISIT KOREA’ 중문 사이트는 2020년 반크의 지적에 따라 파오차이(泡菜)를 신치(辛奇)로 수정했지만 최근 또다시 파오차이(泡菜)를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게시글은 2021년 12월과 올해 3월 31일에 올라왔다. 2021년 게시글에는 한 막걸리 주점을 소개하며 ‘삼겹살 김치부침개’를 ‘삼겹살 파오차이 부침개(五花肉泡菜煎饼)’로 번역했다. 지난 3월 게시글은 온라인을 통한 한국 음식 조리법을 소개하며 ‘파오차이 부침개(泡菜煎饼的)’라고 언급했다.
제주관광공사에서 운영하는 ‘VISIT JEJU’ 중문 사이트는 음식점 메뉴를 소개하는 과정에서 파오차이(泡菜)를 사용했다. 김치찌개를 ‘파오차이 찌개(泡菜汤)’, 깍두기를 ‘파오차이 깍두기(萝卜块泡菜)’ 등으로 표기하는 식이다.
광주광역시의 ‘오매광주’ 중문 사이트는 심지어 광주에서 열리는 세계 축제를 잘못 홍보하고 있었다. 올해 11월 29회차를 맞이하는 ‘광주세계김치축제’를 ‘광주세계파오차이축제(光州世界泡菜文化节)로 알리고 있었다.
‘경기관광포털’에서는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작성된 게시글 중 13건에서 파오차이 표기가 발견됐다. 해당 게시글 대다수는 경기의 관광코스를 소개하는 글로, 해당 코스에 포함된 식당을 소개하며 김치를 파오차이(泡菜)로 번역했다.
파오차이(泡菜)는 양배추나 고추 등을 염장한 중국 쓰촨(四川) 지역의 절임 식품으로 서양의 피클과 유사한 음식이다. 중국은 파오차이(泡菜)가 김치의 원조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발효 음식인 김치와는 거리가 멀다.
중국의 이 같은 왜곡 시도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7월 문화체육관광부는 ‘공공 용어의 외국어 번역 및 표기 지침’을 일부 개정하면서 김치의 올바른 중국어 표기는 ‘신치(辛奇)’라고 명시한 바 있다.
파오차이(泡菜) 표기가 드러난 정부와 지자체 사이트 운영자들은 국민일보에 곧바로 수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VISIT JEJU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내용이 너무 많아 번역 외주를 맡기는 과정에서 놓친 부분이 있는 것 같다”며 수정할 의사를 전했다.
광주시청 관계자는 오매광주의 파오차이 표기를 확인한 뒤 수정을 검토하겠다고 알려왔다. 경기관광포털은 “파오차이 표기를 수정하는 작업을 진행해왔다”며 “(아직 남아있는 표기에 대해) 수정 작업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이찬규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