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김학의 불법 출금 보고에 “안 받은 걸로 하겠다”

입력 2022-04-15 17:07

2019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정황을 포착한 일선 검사들이 이를 대검에 보고했지만 대검에서 “보고받지 않은 것으로 하겠다”며 수사를 덮으려 했다는 취지의 법정 증언이 나왔다.

1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김옥곤) 심리로 열린 이성윤 서울고검장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현철 전 수원지검 안양지청장(현 서울북부지검 부장검사)은 이같은 정황을 증언했다.

이 부장검사는 “안양지청장으로 근무하던 2019년 대검찰청에 김 전 차관의 출국금지가 위법하게 이뤄진 정황이 있다고 보고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중요한 사건을 대검찰청에 보고 없이 일선 청에서 해결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이 부장검사에게 “보고서를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에 보낸 다음 날 김형근 당시 반부패강력부 수사지휘과장(현 인천지검 부천지청장)에게 전화를 받은 일이 있나”라고 물었다. 이 부장검사는 “그렇다. 오전에 통화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답변했다.

검찰이 “김형근 과장이 ‘안양지청 차원에서 해결해 달라. 그런 걸 해결해 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보고서를 받지 않은 걸로 하겠다고 했느냐”라고 재차 물었다. 이 부장검사는 “그런 취지는 맞는 것 같다”며 “대검 분위기를 전달하면서 그런 얘길 한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보고서를 안 받은 걸로 하면서 일선 청에 책임을 미룬다는 것은 수사하지 말고 덮으라는 취지가 아니었겠나”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안양지청이 알아서 하라는 건 알아서 덮으라는 것이고, 만약 수사하라는 뜻이었다면 ‘승인할 테니 알아서 수사하라’고 하지 않았겠느냐”라며 “아마 수사지휘과장이 대검 반부패강력부의 뜻을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안양지청 형사3부장으로 당시 수사를 담당했던 장준희 부장검사도 지난해 10월 20일 이 고검장 공판에서 “안양지청장(이 부장검사)이 ‘대검찰청이 보고받지 않은 것으로 할 테니 보고하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이 고검장 측 변호인은 검찰공무원 범죄 및 비위 처리지침을 근거로 이 부장검사가 의무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지침에는 ‘검찰 공무원의 범죄·비위에 관해 보고받은 각급 청의 장은 지체 없이 검찰총장과 관할 고등검찰청 검사장에게 보고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변호인은 반대신문에서 “지침이 이렇게 돼 있는데, 증인이 대검 반부패강력부에 보고서를 보내니까 당연히 ‘지침대로 알아서 하라’는 답이 돌아온 것 아닌가”라고 물었다. 이 부장검사는 “(대검이) 보고를 받았으면 당연히 협의하고 지시를 내려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 고검장은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었던 2019년 수원지검 안양지청 형사3부가 김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을 수사하자 이를 저지하기 위해 압력을 행사한 혐의(직권남용)를 받고 있다. 법무부는 당초 ‘김 전 차관에게 출국금지 정보가 유출된 혐의’에 대해 수사해 달라고 의뢰했으나 안양지청 형사3부는 출국금지가 불법적으로 이뤄진 정황을 발견해 이를 상부에 보고했다. 검찰은 이 고검장이 수사를 저지하려 압력을 행사했다고 의심한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