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 발의에 격앙된 檢… “범죄자 봐도 112 신고해야 하나”

입력 2022-04-15 16:45 수정 2022-04-15 18:02

더불어민주당이 8월 시행을 목표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15일 발의하자 검찰에선 격앙된 반응이 쏟아졌다. 검찰 내부에선 “이제 정말로 수사에서 손을 떼야 하는 상황”라며 “범죄자를 봐도 112에 신고해야 할 판”이라는 토로가 나왔다.

민주당은 이날 검찰 수사권을 박탈하고 경찰에 수사 권한을 이관하는 내용의 검찰청·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달 28일 국회 본회의 처리 후 다음 달 국무회의에 공포될 경우 8월부터 시행된다.

국민일보 취재에 따르면 지방의 한 검찰청 소속 A 검사는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2022년 8월 1일 공지사항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검수완박 법안이 시행될 경우 수사 현장에서 벌어질 가상의 상황을 미리 예상해 보는 내용을 담았다.

A 검사는 “일체의 수사 행위가 금지되므로 사건 관계인과 어떤 연락도, 답변도 해선 안 된다”고 꼬집었다. 검수완박 법안에는 ‘검사는 공소제기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필요한 때에는 피의자, 피해자 또는 참고인의 의견을 들을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

A 검사는 “듣기만 하고 일체의 답변도 해서는 안 된다. 유선 통화는 불필요한 대국민 오해의 소지가 있으니 각 검사실 전화기를 총무과에 반납해 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경찰의 수사 기록만으로 재판에 넘길 정도로 혐의가 입증되지 않은 경우에는 “유죄 판결을 받을 만큼의 증거가 부족하다는 취지로 불기소 처분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구속된 피의자에 대해서도 신속한 수사가 필요하지만 경찰에 보완 수사를 요구하는 수밖에 없다”며 “눈앞에서 범인이 빠져 나가더라도 개입할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피해자가 경찰 수사에 불복해 검찰에 이의 신청을 하는 경우에도 “불복 결정의 원인이 된 경찰관에게 다시 보완 수사를 요구하면 된다”며 수사권이 사라진 상황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A 검사는 “(해당 경찰관의) 보완수사에도 불구하고 기존 의견(무혐의 등)을 유지하는 경우 즉시 불기소 처분하길 바란다”고 했다.

경찰이 수사한 사건을 검사가 기소해 재판이 열리는 상황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A 검사는 “(수사를 하지 않고) 종이만 보고 공소 제기를 하게 되므로 법정에서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이 속출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법정에서 기록과 다른 증언이 나오거나 증거의 증거 능력이 사라질 경우 무죄 취지로 법원에 의견을 제출해 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법정에서 증인 등이 위증을 하는 경우에도 “속히 112에 신고하시어 경찰 수사가 진행되도록 조치해 달라”고 했다. A 검사는 글을 마무리하며 “소설을 한 편 써봤는데, 소설이 아니라 현실”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이날 소속 의원 172명 전원이 참여한 가운데 검수완박 법안을 당론으로 발의했다. 검찰이 수사를 개시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검찰청법 조항을 삭제하고, 이를 경찰로 이관하는 내용을 담았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경찰이 검찰에 사건을 송치하거나 기록을 송부한 이후에도 직접 수사보다는 경찰을 통해 보완수사가 이뤄지도록 했다”고 밝혔다.

양민철 조민아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