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종로3가역 3번 출구 인근 번화가 한복판. 봄 기운을 만끽하며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을 뚫고 옆으로 난 골목에 들어서자 촘촘히 자리잡은 집들이 나왔다. 이른바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이다.
황춘복(가명·79) 할머니는 좁은 복도를 사이에 두고 다닥다닥 붙어있는 3.3㎡(한 평) 남짓한 쪽방에 홀로 산다. 집기라곤 탁자와 텔레비전, 이불, 전기 매트만이 전부였다.
황 할머니는 근심 어린 표정으로 “미끄러져 허리를 다친 후로 아들 내외에 폐 끼치기 싫어 이곳에 들어온 지 일 년 정도 됐다”며 “매번 주변에서 도움받아 끼니를 때웠던 도시락을 몇 개월째 못 받았다”고 말했다.
한국구세군(구세군·장만희 사령관)이 부활절을 앞두고 15일 황 할머니처럼 쪽방촌에서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는 소외된 이웃들을 위해 생필품 나눔 활동을 펼쳤다. ‘2022 구세군이 드리는 봄-굿 봄 캠페인’이다.
구세군은 캠페인을 위해 컵라면, 달걀, 생수, 영양제, 소독제 등으로 구성된 생필품 나눔 키트(꾸러미)를 준비했다.
이날 서울시립돈의동쪽방상담소(최영민 소장) 앞에서 전달식을 가진 장 사령관은 “기독교에서 소중하게 생각하는 경사인 부활절을 맞아 예수 그리스도 고난의 의미를 생각하며 소외된 이웃과 그들이 처한 아픔을 함께하고자 이 자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어 “오늘 전달 드리는 이 물품을 통한 작은 사랑의 표현이 예수께서 우리 이웃에게 베푸시는 성찬이 되길 바란다”며 “이번 행사를 통해 그리스도의 사랑이 소외된 이웃에 전달돼 그들의 마음속에 기쁨이 자리 잡고, 예수 부활, 새 생명으로 인해 살아갈 확신을 갖고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장 사령관은 전달식 후 황 할머니 등 거동이 불편한 쪽방촌 거주민들을 찾아 직접 생필품 꾸러미를 전달했다. 꾸러미를 받아든 황 할머니는 “정말 감사드린다”는 말과 함께 밝게 웃었다.
구세군은 이날부터 이틀에 걸쳐 서울, 대전, 대구, 부산 등 전국 쪽방촌, 무료 급식소 등을 찾아 6000여 가정에 생필품 나눔 꾸러미를 전달한다.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