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촌주공 시공사, 사상 초유의 공사 철수…계약 해지 수순 밟나

입력 2022-04-15 12:37 수정 2022-04-15 14:01
지난 14일 공사를 중단한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올림픽파크포레온) 현장에 '유치권 행사' 현수막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공사비 증액 문제를 놓고 갈등이 고조되고 있던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올림픽파크포레온) 공사가 15일 끝내 전면 중단됐다. 사상 초유의 공사 철수 사태가 벌어진 가운데 대치 상황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2020년 2월 15일 착공 이후 약 1조7000억원의 외상 공사를 진행해왔고, 공사비와는 별개로 시공단의 신용공여(연대보증)로 조합 사업비 대출 약 7000억원을 조달하고 있다”면서 “조합은 공사의 근거가 되는 공사 도급 변경 계약 자체를 부정하고 있어 더는 공사를 지속할 계약적·법률적 근거가 없는 상태”고 밝혔다.

시공단은 조합이 공사 도급 변경계약을 부정하는 점, 공사재원 고갈 등을 들어 공사 중단이 불가피했음을 알렸다. 시공단은 “조합이 시공사업단의 분양업무 추진 요청을 무시하며 현재까지도 조합원 및 일반분양 일정 등을 확정하지 않아 더 이상의 자체적인 재원 조달이 어렵다”면서 “왜곡된 정보를 지속해서 제공하고 있는 조합 집행부와 자문위원단을 더 이상 신뢰할 수 없어 현재 상황이 장기화할 것에 대한 우려도 함께 전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14일 공사를 중단한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올림픽파크포레온) 현장에 '유치권 행사' 현수막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시공단은 이날 0시를 기해 공사 현장에서 모든 인력과 장비를 철수시켰다. 또한 ‘유치권 행사 중’이라고 적힌 현수막을 공사장 곳곳에 내걸고 공사장 전체에 대한 전면 출입 통제에 들어갔다. 둔촌주공은 지상 최고 35층, 85개 동, 1만2032가구를 짓는 ‘단군 이래 최대의 재건축 사업’으로 꼽힌다. 현재까지 공정률은 52%에 달한다.

조합과 시공단의 갈등은 2020년 6월 시공단과 전임 조합 집행부가 체결한 5600억원가량의 공사비 증액 계약에서 시작됐다. 앞서 둔촌주공 전임 조합장은 시공단과 설계 변경 등의 이유로 공사비를 2조6708억원에서 3조2294억원으로 늘린다는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새 조합 집행부는 당시 조합장이 해임되는 등 시공단과 이전 조합이 맺은 계약은 법적·절차적으로 문제가 많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11일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올림픽파크포레온) 공사 현장에 공사중단을 예고하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조합의 입장도 강경하다. 조합은 오는 16일 총회를 열어 문제의 공사비 증액과 관련한 의결(의결 시점은 2019년 12월 7일)을 취소하는 안건을 처리할 방침이다. 한편으로 조합은 지난달 21일 서울동부지법에 공사비 증액 변경 계약을 무효로 해달라는 내용의 소송도 제기했다.

특히 조합은 시공단의 공사 중단 기간이 10일 이상 계속되면 계약 해지까지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조합은 지난 14일 대의원회의를 열어 ‘시공사업단 조건부 계약 해지 안건의 총회 상정안’을 가결했다.

14일 공사를 중단한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올림픽파크포레온) 현장에 '유치권 행사' 현수막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만약 실제로 공사 중단이 계약 해지로 이어질 경우, 조합은 당장 이주비·사업비 대출 연장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조합이 대여받은 1조2800억원 수준의 이주비 대출, 시공단이 연대보증으로 받은 사업비 대출액 7000억원 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조합원들의 분담금이 늘 수밖에 없다.

또한 시공단과의 계약을 해지할 경우 분양 계획 역시 기약 없이 미뤄지게 된다. 조합은 원래 올해부터 일반분양을 시작해, 상반기 내 4786가구를 일반분양할 계획이었다. 또한 공사 지연에 따라 내년 8월 입주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