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한국이 경제적·문화적 위상에 걸맞은 외교정책을 강화하고 미국의 더 강력한 동맹이 돼야 한다고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WP는 14일 윤 당선인과의 인터뷰 기사를 싣고 한국이 최근 몇 년간 공격적인 이웃인 북한과 중국을 경계하며 국제무대에서 소극적 역할을 해 왔다고 평가한 뒤 윤 당선인이 이를 바꾸겠다고 공언했다고 전했다.
윤 당선인은 “우리는 북한과 관계에 초점을 맞출 뿐만 아니라, 한미 관계를 토대로 유럽연합에서, 또 아시아 전역에서 외교의 범위 또한 확장해야 한다”며 한국이 세계 10위 경제권의 하나로서 책임 이행에 있어 더 큰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말했다.
WP는 윤 당선인이 공급망 관리, 기후변화, 백신 생산 등 글로벌 도전과제 대응에서 한국을 중요한 플레이어로 만들 열망을 갖고 있다며, 이는 주로 북한에 초점이 맞춰진 외교정책에서 벗어나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WP는 윤 당선인이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의 한국을 구상하고 있다면서, 이는 한국이 더 많은 해외 개발원조 제공 등 더 많은 책임을 떠안을 필요가 있다는 뜻이라는 윤 당선인의 발언을 전했다.
윤 당선인은 한국이 지금까지 우크라이나에 1000만 달러 지원을 약속했는데, 이는 우크라이나 인구 1명당 약 20센트에 해당해 불충분하다고 생각한다며 우크라이나 지원을 늘릴 방법을 신중히 고려해보라고 참모에게 지시했다는 사례를 들기도 했다.
윤 당선인은 또 현 정부가 일정한 범위에서 하고 있다면서도 러시아에 압력을 가하는 국제사회의 움직임에 한국이 동참해야 한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그는 한국이 국제사회로부터 더 많은 참여를 요청받을 때 규칙에 기초한 국제질서에 대한 존중의 태도를 단호히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도 밝혔다.
또 윤 당선인은 한국이 중국에 관해 더 강력한 정치적 태도를 취하려면 미국과 군사동맹에 기대야 한다(lean on)고 한 뒤 한국의 대중국 경제 의존을 일방통행 도로로 보지 않는다며 중국도 한국에 의존하고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WP는 전했다.
윤 당선인은 또 미국, 일본, 호주, 인도의 대중국 견제협의체인 쿼드(Quad) 가입을 추진할지 결정하기 전에 한국이 백신 유통과 기후변화 같은 글로벌 이슈를 다루는 실무그룹을 지원하고 협력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WP는 윤 당선인이 북한을 주적이라고 분류했다면서, 이는 북한과 미국의 핵 협상 중재라는 유산을 남긴 전임자와의 결별로 표시되는 입장이라고 평가했다.
WP는 윤 당선인이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 및 핵실험 유예(모라토리엄) 철회에 관해 우려를 표명했다면서, 대화와 인도적 지원을 추진하는 ‘투트랙’ 대응을 유지하겠다는 윤 당선인의 발언을 전했다.
윤 당선인은 “처한 상황과 상관없이 우리는 같은 민족”이라고도 말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