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명동을 중심으로 1극단 1극장으로 연극 문화가 활성화 되어 있는 대구 연극이 달라지고 있다. 신진 작가들은 다양한 작품을 생산적으로 발표하고 있고, 신진 작가 양성 프로젝트도 활발하다. 무대화 시키려는 희곡들이 쌓이니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려는 젊은 극단과 연출, 배우들이 늘어났다. 작품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기존 형식들을 과감하게 탈피해 보려는 실험적인 시도들이 대구 연극을 젊게 만들고 있다. 올해 세계 무대를 대상으로 주최하는 중앙학원 국제연극 아카데미상에서 김형석 연출이 최우수 연출가상을 받았다. 극단 <어쩌다 프로젝트>는 2020년 1월에 창단해 대구에서 활동하는 젊은 극단이다. 올해 39회 대구 연극제에서 개최된 35세 미만의 젊은 연출가들 경연 무대인 ‘더파란연극제’에서 <쥐>로 작품상과 대상 2관왕을 차지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고급지지 않은 보이첵>으로 중앙연극학원에서 주최하는 국제 연극 아카데미 최우수 청년 예술가상을 수상했다. 연출은 “인간의 아픔과 내면을 치유할 수 있는 동화 같은 연극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오는 길’이라며 오토바이를 타고 인터뷰 장소로 나왔다.
| 연극 <쥐>를 통해 인간과 닮아있는 ‘쥐’로 형상화하고 싶었어요
“이번 ‘더 파란 연극제’에서 대상과 연출상을 받은 어쩌다 프로젝트 ‘쥐’(박근형 작, 김형석 연출)는 인간의 폭력적인 현실을 투영하며 ‘인간의 삶과 질서를 파괴하는 것’은 인간이며 살인과 폭력, 약탈, 파괴, 무질서로 드러나는 카오스적인 세상을 ‘쥐’로 이미지화 은유적인 언어로 그려내고 있다. 부와 빈곤, 양극화, 전쟁과 갈등 속에서도 인간은 공동체와 인간을 파괴하고 희망과 미래를 갈아 먹는 쥐와 닮아가고 있는 인간들을 형상화시켰다. 무대 천장을 공간 구조와 연결해 배관을 설치해 물이 쏟아져 집 구조의 균열이 드러날 수 있도록 했는데, 공동체는 몰락하고 살아남기 위한 혼돈의 세상이 그려진다. 연출은 이 장면을 통해 인간의 탈을 쓰고 살아가면서도 쥐와 닮아가는 비 상식적 인간을 향해 물로 씻어내 치유를 시도하고 사회와 인간을 향해 은유적 경고를 보내고 있다는 점이 참신하다.
―극단 이름이 <어쩌다 프로젝트>인데, 재밌고 유쾌한 발상으로 지어진 것 같다
“<어쩌다 프로젝트>극단이 대학 선후배로 이루어져 있는데 오랜만에 술자리가 있었어요. 졸업하고 시간이 지나면 얼굴 보기도 힘든데 작품이라도 함께 만들어보자고 ‘어쩌다’ 만들어진 게 시작이 된 거였어요. 지나가는 말로 ‘언제 밥 한번 먹자’가 정말 약속이 잡히고 ‘연극을 한번 해 보자’는 식사 자리가 진지해 지면서 극단을 만드는 출발이 된 거죠. 이 우연함을 기억하자는 의미와 정말 어쩌다 만난 사람들이라는 의미가 덧붙여져서 극단 이름이 정해지게 되었어요(웃음). 그 후에는 극단 방향을 동심에 초점을 맞추게 되었고요. 잊고 있었던 것들, 잊혀져 갈 것들을, 사라져 가는 것을 ‘동심’으로 보고 잠시나마 체감하고 느낄 수 있는 동화 같은 연극을 만들어보자고 한 게 작품과 극단의 출발이었어요.”
―연극 <쥐>로 올해 ‘더파란연극제’에서 작품상과 연출상을 받게 됐고, 어쩌다 프로젝트의 창단공연이 됐다.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인간은 이성적이면서도 상식적으로 살아간다고 생각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이성적으로 움직이지 않는 것을 느꼈어요. 창단 공연 당시에도 사회의 모습이 그랬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면서 인간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비 이성적이고 비 상식적인 행동들 속에서 인간은 온전하지 못하고 무기력하죠. 권력을 앞세운 전쟁은 지저분하다고 느껴지기까지 했습니다. 이러한 모습들이 ‘쥐와 닮아 있다’는 생각에 도달했고요. 작품의 주제에 큰 공감을 느끼면서 무대화 하여 관객과 소통하고 싶었습니다.”
― 연극<쥐>를 통해 연출로서 어떠한 점을 표현하고 싶었죠?
“사회라는 공동체를 가족으로 축소시키고 싶었어요. 그 인간의 구성원들 삶과 태도의 방식을 드러내서 연극적으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우리가 사는 모습과 방식이 ‘쥐’와 닮아있고 쥐 이미지들을 형상화해 인간과 닮았다는 것을 표현하려고 시도했어요.”
― 박근형 연출의 ‘쥐’는 극단에서도 공연되고 있는데 ‘어쩌다 프로젝트’만의 연출의 관점은
“작품에서 인물들은 살인과 식인, 폭력을 행사합니다. 이러한 인물들의 행위 자체보다 인물들의 삶의 태도와 방식들이 드러날 수 있도록 조명했습니다. 우리가 사는 모습들, 방식들이 ‘쥐와 닮아 있다’라는 것을 연극적인 언어로 전달하고 싶었어요. 이러한 현상들을 비판하고 조롱해 무대에서 응징하고 싶었습니다(웃음). 이러한 점들이 ‘어쩌다 프로젝트’의 ‘쥐’로 표현된 것 같아요.”
―이번 작품에서 연극적인 장치가 김형석 연출의 특별한 장면으로 표현된 것은
“배관을 연결하여 물을 쏟아내게 하는 장치를 사용했는데요. 공간의 분위기를 형상화시키는 연출 의도도 있었지만, 쥐와 닮아있는 우리들의 모습들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담론은 없고 자극적인 욕망을 갈망하는 모습이 쥐와 닮아있는 인간의 모습이라고 생각했고요. 은유적이나 비유적으로 표현하기보다는 날 것으로 자극을 주고 싶은 의도로 이 장면에서 연극적인 장치를 사용하게 됐습니다.”
―이번 39회 대구연극제 ‘더파란연극제’에서 작품상과 연출상을 받았다. 앞으로 극단의 작품의 방향은
“앞으로 창작을 적극적으로 시도하려고 준비 중이에요. 결국, 연극은 시대를 담아내고 저항할 수 있는 소리를 내는 그것으로 생각합니다. 기존 작품들도 좋지만, 오늘날에 저만의 소리를 내는 것에는 아쉬운 부분들이 존재한다고 느껴졌어요. 시간은 오래 걸리겠지만 치열하게 시선을 담아낼 수 있는 작품을 창작하고 싶어요.”
―‘더 파란연극제’가 젊은 연극인들을 위한 첫 페스티벌이다. 대구에서 연극한다는 것은
“많은 젊은 연극인들이 대구에 있다는 것을 이번 ‘더파란연극제’에 참가하면서 새롭게 알게 되었어요. 함께 연극할 든든한 동료가 있다는 것에 위로와 용기를 얻게 되었고, 대구에 언제든지 저희 극단이 이야기할 공간을 제공해주시겠다는 선배님들도 많이 계시죠. 연극에 대한 의지와 열정만 있다면 연극할 수 있다는 점이 감사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바라는 것이 있다면 더 많은 젊은 연출가들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다양한 지원 사업과 합리적인 지원금도 더 늘어나서 많은 관객들이 극장으로 오셨으면 좋겠고 연극인들이 무대에서 더 많은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올해 39회 대구연극제 캐치프레이즈가 ‘더 파란과 함께 하는 대구연극제’다. 파란은 ‘젊음과 도전적인 연극으로 파란’을 일으키자는 의미로도 해석되면서 작명이 참신하다. 대구연극의 세대 교체를 주도할 35세 미만 젊은 연극인들이 ‘파란 연극제’를 대구연극제 개최 일주일 앞에 공연됐다. 반디협동조합 <인간증후군>, 어쩌다프로젝트 <쥐>, 극단 플레이스트 <아는 만큼 보인다>, 극단 폼 <물고기 남자>, 극단 하루 <블루하츠>, 청년창작집단
| <고급지지 않는 보이첵>으로 중국 중앙연극학원 주최 청년예술가상을 수상하다.
―연극 <고급지지 않은 보이첵>으로 중앙연극학원에서 주최하는 국제연극 아카데미상에서 최우수 청년예술상을 수상했다. 작품 특징은
“<보이첵>도 상처를 받고 아픈 사람 이잖아요. 연극으로 만나는 보이첵을 마음껏 놀게 해주고 싶었고요. 그동안 보이첵을 표현해 왔던 구속적인 표현과 방법들을 깨고 싶었어요. 생각해 보면, 갈등의 사회에서 인간이 되돌아 가고 싶은 것은 결국 ‘순수’일 것 같았고 모래가 있는 놀이터를 생각하게 되었어요. 제 기억에 모래는 자유, 순수, 해방감을 주었던 장소였던 것 같고요. 보이첵도 살인을 하게 되지만 한 인간으로 바라보고 싶었고 그 과거의 삶에는 순수함이 있었던 거죠. 모래를 통해 놀이의 형식으로 바꾸고 고전의 현대화를 시도해 본 겁니다. 사회 구조의 모순으로 인해 희생되는 보이첵의 비극성을 동화적인 놀이로 풀어내기 위한 시도였는데 이렇게 큰 상을 받게 되었네요.”
―왜 동화 같은 연극인가
“요즘 현대사회는 ‘동심’을 점점 잃어가는 것 같아요. 어렸을 때 누구나 한 번 쯤 접해보고 무한의 상상을 하게 할 수 있게 해준 책이 동화였잖아요. 오늘날 무대를 통해 살아가는 ‘보이첵’ 한테 모래를 던져 주고, 놀이터를 만들어서 인물을 통해 순수함과 삶의 온기와 살아가는 원동력을 주고 싶었어요. 그걸 바라보는 관객은 동화 같은 연극을 통해 위로 받고 격려 받을 수 있는 작품 활동을 하고 싶었죠. 그 중심에 보이첵이란 인물이 다가왔고요. 새롭게 접근하고 해석해 보자고 해서 이 작품을 선택하게 된 거죠.”
―심사위원들은 연출가의 시도와 실험 정신을 높이 평가했다는데
“요즘 청년들 삶을 ‘보이첵’에 대입(代入)하고 싶었어요. 바쁘게 일을 하고, 발전을 위해 노력 하지만 정작 우리 청년들은 포기하고 살아야 되는 게 많은 것 같아요. 성실하게 일해서 아파트 한 채를 분양 받기도 힘들고 결혼하고 아이를 위한 교육 때문에 포기하는 친구들도 많아요. 좀처럼 나아 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오늘날의 문제를 연극으로 얘기하고 싶었어요. ‘이제 더 이상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놀이터가 될 수 없는 걸까?’라는 물음에서 출발해서 무대 전체를 놀이터로 생각하고 놀이로 이 고단한 현실을 바라보고 잊게 해보자는 의미로 시도해 보자라고 생각했는데, 배우들이 잘 이끌어 간 것 같아요.”
― ‘세상은 놀이터가 될 수 없는가?’라는 말이 인상적이다
“어렸을 때 세상은 놀이터였다고 느꼈어요. 어디든 마음껏 뛰어다니고 고민 없이 자유로운 장소였고요. 놀이터는 인간의 순수의 고향인 것 같아요. 이제 우리 사회도 갈등하고 싸우는 세상 보다 대한민국이 국민들의 놀이터로 되어서 사회적 갈등과 아픔들을 서로 치유할 수 있는 순수의 장소로 되돌아 가는 놀이터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어요. 연극으로 그런 관객의 마음을 치유하고 싶었고요.”
― 국제적인 <청년연출가상>으로 극단 분위기도 달라졌겠군요
“단원들과 의기투합하게 된 계기가 된 것 같아요. 부족하지만 좋은 연극을 만들기 위해 노력 했던 것에 위로를 받고 격려로 다가오면서 단원들 모두 기뻐했어요. ‘아, 연극을 만들고 버티는 게 어렵지만 언제가는 심리적인 보상을 받는구나’라고 생각하게 되었고요. 앞으로 부족한 점은 연극적인 교류를 통해 배우고 공부해가면서 <어쩌다 프로젝트>를 더욱 발전시켜 보자는 목표를 가지게 된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연극하다가 힘들다고 포기하지 말자는 거죠. (웃음) 난해하거나 객관성이 떨어지지 않을까 고민하면서 만든 장면들과 무대 작업들 시도가 자신감을 가지게 된 것이 큰 변화인 것 같아요. 작품 세계와 극단 방향들이 구체화되었고 ‘동화연극’에 확신을 가지게 되었죠. 그동안 무대화시키지 못한 작품들을 이제는 과감하게 시도해 보고 자신감 있게 연출할 수 있다는 것이 달라진 자신감이고 단원들의 목표가 만들어진거죠.”
― 어떤 작품들을 현대화 할 생각인가
“앞으로는 햄릿, 로베르토 주코 같은 작품들을 현대적으로 해석하고 우리 극단 스타일로 무대화 하고 싶어요. 연극이 동화적이라는 것이 아동극적인 분위기나 드라마적 요소를 말씀드리는 게 아니고요. 죽음과 살인, 광기의 인간들 내면에는 순수한 욕망들이 거세된 것이라고 생각해요. 모래와 놀이터에 대한 연민과 내면들이 더 이상 성장을 멈추었기 때문에 잔인해 질 수 밖에 없는 인간으로 변해가는 거예요. 연극에서 나마 이들을 한 인간으로 바라보면서 그 마음을 이해해보고 싶었어요. 연극을 보는 관객도 ‘나’의 자아를 스스로 돌아볼 수 있는 연극들이죠. <어쩌다 프로젝트> 만의 동화 같은 연극을 시도해 보려고 구상중입니다.”
| ‘고급지지 않는 사회’를 표현하고 싶죠.
― 왜 작품이 <고급지지 않는 보이첵> 인가?
“먼저 이 작품에서 고급지다라는 저만의 정의가 있었어요. 기술의 발전은 눈부시게 빠르고 일상에 적용되는 속도도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오늘날들, 예를 들어 많이 움직이지 않아도 집안에서 돈도 벌 수 있고 모든 음식 배달이 다 되고 개인 비서가 있는 사회를 ‘고급스럽다’고 바라봤어요. 마치 과거 귀족들의 삶을 보는 듯한 식으로요. 그러나 이런 사회에 살아가고 있는 나는, 우리들은 이에 걸맞게 고급스러운가? 생각하니 그렇지 않더라고요. 이런 시선을 ‘보이첵’이라는 인물에 적용해 보고 싶었고요. 고급진 사회에서 살아가는 ‘고급스럽지 않은 인간 보이첵’이라는 의미로 작품 제목이 되었죠.”
― 작품에서 정형화된 무대 구조를 벗어나 오브제와 놀이로 배우들이 극을 이끌어 간다
“작품 구상을 하면서 많이 고통스러웠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서 수입이 전무하다 보니 근근히 알바를 하면서 작품 구상도 하는 것도 지쳤어요. 그러다가 문득 어린 시절이 떠올랐어요. ‘자유롭게 뛰어놀면서 고민이 없었고 어떻게 더 재미있게 놀까?’를 고민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어른이 된 사회는 예전에 제가 알던 세상이랑은 전혀 딴판이더라고요.(웃음) 이런 생각들이 주인공 보이첵에 이입이 되기 시작했어요. ‘보이첵도 어렸을 때는 나와 같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요. 그러다 보니 보이첵을 놀게해 주고 싶었고 보이첵을 표현하기 위한 구속적인 형식과 구조들을 무너뜨리고 싶었어요. 어찌보면 보이첵이라는 인물을 빌려서 반항하고 저항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놀이터를 연상시키는 모래와 그곳에서의 놀이라고 방향을 잡았어요.”
― 동화 같은 연극을 만들기 위해서는 배우도 자유롭고 순수한 내면이 중요할텐데
“배우들이 잘 따라왔죠. 배우들도 기존의 익숙한 방식을 깨고 정형화된 연기들을 깨보려고 노력들을 많이 했어요. 서로가 이해하고 받아들면서 무대로 설득해 나가는 과정들이 좋았던 것 같아요. 연출의 방향과 디렉션이 추상적이고 모호한 것들이 많을 수 있는데, 연습하면서 많이 좁혀지기 시작했고요. 어릴 적 모습들을 무대로 꺼내 놓는 것이 힘들 수 있는데도 배우들이 잘 적응해 줘서 작품이 신선 하다는 평가를 받게된 것 같아요.”
― 이번 작품 연출이 세 번째로 알고 있다. 극단과 연출의 특별한 무대화의 방향은
“스타일을 알아가고 구축해가는 과정이지만 추구하는 바는 동심을 자극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잊고 있던 것, 그리고 잊혀져 갈 것들 그것을 동심으로 보고 잠시나마 체감하고 느낄 수 있는 동화 같은 무대를 만들어 관객과 소통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제작에 임하고 있어요. 극단도 철저하게 공동 창작입니다. 방향만 정해 놓고 그것을 구체화하는 것은 단원들과 고민하고 다양한 시도를 통해 작품을 완성하고 시도하고 있죠. <어쩌다 프로젝트>는 앞으로도 모든 작품을 공동 창작 방식으로 제작하려고 해요. ‘연극을 한다’라기 보다 ‘같이 연극을 만든다’라는 태도로 무대를 바라보려고 하고요. 관객들에게 ‘객관적으로 작품을 이해하고 느끼실 수 있는 공연과 작품을 제시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자’라는 점에서 모두가 공감하고 그런 방향으로 연극을 만들고 제작하려고 해요.”
― 배우들의 역동적인 놀이성과 연기들이 눈길을 끌었다. 극단에서 특별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나?
“아무래도 끊임없이 움직여야 하는 장면들이 많아요. 때론 과장된 움직임을 수행해야 해서 중요한 것이 체력이었어요. 매일 오전 2시간씩 다양한 루틴의 신체 훈련을 진행하면서 연기의 기초 체력을 다졌고요.(웃음) 만화적인 움직임과 표현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애니메이션의 캐릭터를 장면화시키는 시도들을 많이 했었는데 이러한 과정에서 배우들 각자의 개성 있는 연기들과 캐릭터들이 만들어 진 것 같아요.”
― <어쩌다 프로젝트>는 대구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젊은 극단이다. 지역에서 활동은
“자부심이 있어요. 훌륭한 선배님들 연극들이 연극제에서 좋은 결과도 내셨고 지역에서 선후배들과 교류가 많고 유대가 끈끈해요. 작품적으로 변화되려고 노력들을 많이 하고 계시고요. 대구연극이 굉장히 역동적으로 발전되었어요. 어쩌다 프로젝트 작품들도 지역을 떠나 우리 세대의 연극을 대표할 수 있도록 생산적인 연극을 하고 싶고요. 지역 연극도 전국적인 극단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작품들을 만들어 내고 싶어요 앞으로도.”
― 작품을 공연하면서 연출로 힘들었던 점은
“‘보이첵’을 ‘어떻게 현대적인 인물로 구체화 시킬 것인가?’라는 점이었어요. 작품 방향은 잡았는데 각색을 해서 장면으로 그 의미를 어떻게 구현해 낼 것인가는 어려운 숙제였죠. 초연까지 7개월 정도 밤낮없이 고민하고 토론하면서 서사 구조를 만들었고요. 재공연까지 8개월 정도 작품을 더 보완하면서 보이첵을 통해 주제와 현대적인 의미가 드러날 때까지 시도하고 반복했어요. 분명하게 와 닿는 장면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연출과 배우들 모두 창작의 고통을 느꼈어요. 연극은 정말 힘든 예술입니다(웃음).”
― 각색 과정은
“공동창작으로 주제와 1차적인 구성을 가지고 각색을 점층적으로 시도했어요. 배우들의 장면화를 통해 서사를 구성하고 장면을 배치하면서 새로운 보이첵으로 만들어 갔는데요. 이 과정에서 배우들의 움직임과 극적 행동을 이끌어내기 위한 설득의 과정이 어려웠습니다. 저 또한 처음으로 시도하고 접근하는 방식이어서 모호한 측면은 어려웠어요. 배우들을 자유롭게 놀게 하는 것 ‘놀이터’라는 판이 깔아졌고 그 안에서 순수하고 자유롭게 하는 것들, 그 하나하나에 배우들의 순수성으로 개성이 돋보이게 하는 게 어려웠어요. 배우들 연습 과정에서 구체적인 장면들이 실제 구성으로 이어지게 했고, 이러한 소중한 것들이 모아져서 <고급지지 않는 보이첵> 틀이 만들어진 거죠.”
― 연출 고향은 제주도인데 활동은 대구에서 한다
“제가 고향은 제주도고 학교는 대구에서 나왔습니다. 단원들도 대구 출신은 1명밖에 없고 여러 지역에서 모여서 학과 동문으로 구성된 극단이 된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한계가 분명하게 드러나는 점이 있어요. 극단을 개방해서 많은 단원들과 타 극단과 교류도 하고 싶고요. 머리를 싸매고 창작의 깊은 고통을 겪다보니까 더 시선을 넓히고 확장을 시킬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앞으로 젊은 연출가들과 교류도 하고 함께 작품을 개발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극단들끼리 공동으로 프로젝트 작품을 연합해서 만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 연출을 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현재와 어떻게 연결시킬 것인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그리고 ‘어떻게 구체화시킬 것인가?’를 고민하게 되죠. ‘배우들을 설득시키고 움직이게 만들것인가?’는 정말 중요한 고민이고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제가 과거에 했던 가장 큰 착각 중에 하나가 ‘나만 잘하면 돼’ 였어요. 하지만 ‘연극은 많은 사람들이 함께 만드는 것’이라는 점을 간과했던 거죠. 그렇기에 배우들과 제작진을 설득하고 이끌어내는 작업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깊게 고민하고 있어요.”
― 대구와 서울 무대는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나
“차이가 있다고는 생각을 하면서도 선배들 노력으로 그 차이가 많이 줄었다고 생각해요. 다양성이 좀 부족한 것 같고, 실험적인 작품들이 생산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데 그런 점에는 아쉽죠. 그래도 많은 극단들이 생산적으로 연극을 하고 있고 변화의 시도들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대구 연극은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 왜 연극인의 길을 택했나
“처음엔 연기라는 것이 단순하게 멋있어 보이기도 하고 재미도 있고 해서 접근하게 되었는데 학교에 들어가서 연극이라는 것을 정식으로 알게 되었어요. 연극이라는 게 시대를 담아내고 저항도 하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라는 점에서 매료되었던 것 같아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혼자가 아닌 많은 사람들이 함께한다는 것이 멋있는 직업이고요. 솔직히 아직까지도 뭔가 모르겠는데, 그 연극이 주는 모호함과 그 모호함을 채워가는 과정들 때문에 매료되어서 연극인이 되기로 결심한 것 같아요.”
― 젊은 단원과 배우들이 연극만으로 이끌어 간다는 게 힘들 것 같다. 앞으로 계획은
“<어쩌다 프로젝트>가 무대적 깊이가 아직은 얇다고 생각돼요. 그러나 장점이자 단점이기도 한 것 같아요. 앞으로 극단이 추구하는 동화 같은 연극을 무대화 하는 작업이 고통스럽기는 한데, 우리들 작품으로 누군가는 위로 받고 연극을 통해 치유가 된다면 그것이 연극이 갖고 있는 위대함이라고 생각되고요. 앞으로도 극단만의 스타일을 더욱 견고하게 구축하고 싶어요. 제가 기계, 매커니즘을 탐구하는 걸 굉장히 좋아해요. 그렇기에 무대 기술에 대해서 좀 더 알고 싶어요. 시대를 담아내는 것이 연극이라면 무대 기술적인 부분도 당연히 적극적으로 연구되고 적용되어야 된다고 생각하죠. 물론 지금도 다양하게 시도가 되고 있지만 앞으로 이러한 융합적 기술을 통해 어쩌다 프로젝트 만의 시도와 연출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김형석 연출은 아르바이트를 할 때는 좀처럼 전화가 연결이 안 되었다. 전화가 걸려오면 전투적으로 일하고 다음날은 연습실로 향하는 게 일상생활이 되어 보였다. 단원들 모두가 연극을 하기 위해 알바를 하고 작품을 만들고 연습실도 마련했다. 이번 연출상 수상으로 극단과 단원들은 가능성을 발견했고 연극을 하기 위한 고된 알바 시간이 충분히 보상되었다고 말했다. 지역을 떠나 영화나 TV로, 대학로 연극무대로 떠나는 게 자연스러운 현상인데 동문으로 전국에서 모인 극단 <어쩌다 프로젝트>는 대구에서 가능성을 발견했고 연극적인 고향이라고 말한다. 인터뷰가 끝나고 김형석 연출이 타고 온 생계형 오토바이는 이날 따라 고급스러워 보였다. 아마 3년 안에 <고급지지 않는> 보이첵으로 연출을 알린 극단은 <고급스러운> 극단으로 전국적인 연출과 배우들이 될 것 같았고 연극 <쥐>처럼 강렬한 무대를 드러낼 것 같은 자신감을 보였다.
대경대학교 연극영화과 교수(연극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