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14일 모든 일정을 전면 취소하면서 내각 인선을 둘러싼 안 위원장의 쌓인 불만이 결국 폭발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윤석열·안철수 공동정부’ 구상이 흔들리면서 국민의힘·국민의당 합당 논의에도 제동이 걸렸다.
시작은 안 위원장의 최측근인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이었다. 이 의원은 1차 내각 인선이 발표된 다음날인 지난 11일 인수위원직에서 전격 사퇴했다.
안 위원장은 이 의원을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로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 자리는 결국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고교·대학 후배인 이상민 전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에게 돌아갔다.
안 위원장 측 핵심 관계자는 “안 위원장이 공동정부에 대해 책임감을 갖고 인수위를 잘 이끌려고 했는데, 현실적으로 한계도 느꼈던 것 같다”면서 “그런 과정 속에서 이 의원 사퇴가 터져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위원장은 서운한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12일 기자들과 만나 “인선 과정에서, 특히 제가 전문성이 있는 분야에 대해서는 (윤 당선인에게) 조언을 드리고 싶었습니다만 그런 과정은 없었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 측이 인선 과정에서 안 위원장과 사전에 긴밀히 논의하지 않았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해석됐다.
안 위원장은 특히 13일 오전에 윤 당선인과 30분간 독대한 자리에서 이날 오후에 이뤄진 2차 내각 인선안을 공유받지 못했던 데 대해 큰 불만을 느꼈다고 한다.
윤 당선인은 이 자리에서 사전 논의가 없었던 데 대한 사정을 설명했지만 안 위원장은 이를 듣기만 했을 뿐 특별한 답변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안 위원장 측 관계자는 “정부를 함께 꾸려가겠다고 해놓고 어떻게 사전에 인선안 공유조차 하지 않을 수 있느냐”며 “독대 자리에서 내놓은 윤 당선인의 설명에 대해서도 안 위원장은 납득이 가지 않았던 것 같다”고 주장했다.
안 위원장 측 인사인 최진석 전 국민의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도 13일 내각 인선에 대해 “박근혜·이명박정부 때 사람들이 그대로 다시 다 돌아왔다”고 비판했다. 안 위원장은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으로 최 전 위원장을 추천했으나 이 인선도 받아들여 지지 않았다.
국민의힘·국민의당 합당 절차도 중단됐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11일 상당수 이견을 조율했고 다음 단계가 양당 대표간 합당 선언인데 그 절차가 지연되고 있다”며 “국민의당 최종 결심만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