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합병 찬성 압박은 朴 지시서 비롯”… 문형표·홍완선 유죄 확정

입력 2022-04-14 17:17
문형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2017년 3월 재판 출석을 위해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성사되도록 국민연금공단에 압력을 행사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홍완선 전 공단 기금운용본부장에 대해 대법원이 유죄를 확정했다. 국정농단 의혹 수사로 2017년 1월 재판에 넘겨진 지 5년 3개월 만이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14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문 전 장관과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홍 전 본부장에 대해 각각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문 전 장관은 박근혜정부 당시 국민연금이 내부 직원들로 구성된 ‘투자위원회’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안건을 심의하고 찬성 의견을 내도록 복지부 공무원들에게 지시한 혐의 등을 받았다. 홍 전 본부장은 문 전 장관 지시로 내부 투자위원회에서 찬성 의결토록 해 국민연금에 손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문 전 장관의 범행 동기가 ‘청와대 지시’에서 비롯된 것으로 봤다. 문 전 장관이 ‘삼성 합병을 잘 챙겨보라’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를 안종범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으로부터 전달받고 국민연금에 압력을 행사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1심은 “국민연금 기금 운용의 독립성을 침해했다”고 판단해 두 사람에게 각각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지만, 청와대 지시 여부에 대해서는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 2심 재판부는 1심 형량을 유지하면서도 “문 전 장관이 삼성 합병 안건에 대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문제를 잘 챙겨보라는 박 전 대통령의 지시를 인지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2017년 11월 사건 접수 후 4년 5개월 간 심리를 이어왔다. 상고심 구속 기한(8개월) 내 선고가 어려워지자 2018년 5월과 6월 두 사람의 구속을 직권으로 취소했다. 심리가 장기화하며 대법관 구성도 달라졌다.

이날 두 사람에 대한 확정 판결로 국정농단 사건 중 사법부 최종 판단이 남은 것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의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 파기환송심뿐이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