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내 얘기인가?’하고 시청자를 흠칫 놀라게 만드는 콘텐츠를 만드는 이들이 있다. 유튜브 채널 ‘숏박스’, ‘픽고(PICKGO)’, ‘1분 뮤지컬’은 최근 MZ세대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들은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하이퍼 리얼리즘 속에 위로의 메시지를 담은 영상을 만들고 있다.
숏박스는 KBS 공채 개그맨 김원훈, 조진세, 엄지윤이 결성했다. 오래 사귄 연인의 모습을 실감 나게 보여준 ‘장기연애’ 시리즈가 큰 인기를 얻었다. 조진세는 14일 유튜브 주최로 온라인에서 열린 ‘유튜브 크리에이터와의 대화’ 행사에서 ‘장기연애’를 기획하게 된 배경에 대해 밝혔다. 그는 “회의를 하다가 내가 트림을 크게 했는데 지윤이가 자연스럽게 그 순간에 ‘우리 헤어질까? 너무 더러워서’라고 툭 던졌다”며 “(이별같이) 심각한 단어를 무미건조한 상황에서 하면 재밌겠다고 생각해서 오래된 커플의 모습을 담아보게 됐다”고 전했다. 오래 만난 탓에 권태로워하는 남녀가 아니라 무심한 듯하면서도 누구보다 서로를 잘 아는 장수 커플의 모습을 그렸다. 조진세는 “무미건조함 속에서도 다른 결의 사랑이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그래서 더 결과가 좋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영화 연출을 공부한 고낙균 대표, 이민지 PD가 만든 ‘픽고’는 연애, 우정, 대학 생활 등 Z세대가 공감하는 소재로 10분 내외의 웹드라마를 올리고 있다. ‘아싸인 척하는 인싸들’ 영상은 조회 수가 300만회를 넘었다. 고 대표는 “‘영상 속 인물이 내 이야기랑 같다’는 댓글이 많다. (시청자가) 자신의 모습과 비슷한 캐릭터를 통해 자신을 돌아볼 수 있고, 타인의 입장에서도 바라볼 수 있어서 좋아해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작사가, 뮤지션 등 4명의 친구가 결성해 만든 1분 뮤지컬은 학생, 사회초년생의 애환을 1분 이내의 뮤지컬로 만들고 있다. 가사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따뜻한 위로도 건넨다. 권순용 PD는 “시청자들이 우리 콘텐츠에 공감하는 이유는 우리가 내면의 ‘찌질함’을 담아내서다”며 “남들에게는 알려주지 않는 찌질한 속마음을 뮤지컬을 통해 얘기하니까 속 시원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부장님, 저 때려치우렵니다”라는 가사로 시작해 직장인의 애환을 담은 ‘사직서’ 영상은 조회 수가 428만회를 돌파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