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가 지난 13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벌인 일대일 토론에 대해 “(이 대표가) 공당의 대표답지 못해 공허했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박 대표는 14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토론회가 처음이라 도살장에 들어가는 느낌이었다”며 “지금은 마음이 가라앉고 이제 무엇을 해야 할 지 선명하게 느껴진다”고 소회를 전했다. 이어 “지하철 출근길에 시민들에게 불편 끼친 것은 당연히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박 대표는 그러면서 토론회에서 접한 이 대표의 발언 태도에 대해 “말꼬리 잡기와 (장애인 이동권 투쟁을) 바라보는 관점과 시각들이 너무 차이가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 대표로서의 이야기와 그냥 일개 유튜버가 얘기하는 방식은 매우 달라야 함에도 그냥 일개 유튜버 또는 일개 개인의 이야기, 아니면 일개 당원의 이야기처럼 이야기하시니 공허함도 많이 느꼈다”고 비판했다.
박 대표는 그동안 악플과 각종 위협을 받았다고도 했다. 그는 “신체를 비유해서 욕을 하고 심지어는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장애인에게 쫓아와서 너 다리 못 쓰니까 팔까지 잘라줄까 하는 식으로 이야기한다”며 “이 대표가 (전장연 시위 비판)발언한 지난달 25일 이후로는 더 심하게 증폭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전날 토론에서 이 대표가 “지하철에 탑승하는 방식으로 연착을 유도하는 것은 용인할 수 있지만, 열차 문에다가 휠체어를 세워두고 발차 자체를 막는 방식은 문제”라고 언급한 것과 관련해서는 “문제점을 알리기 위해 지하철에서 시위하고 투쟁하는데 그 투쟁을 어떻게 하지 말라는 것은 헌법에 보장된 권리에 저항하는 문제”라고 반박했다.
이어 “지하철과 승강장 사이에 (휠체어) 바퀴가 끼는 문제가 있는데, 그것을 의도했다 안 했다 하는 공방이 중요한 문제인가”라면서 “더 봐야 할 것은 지하철과 승강장 사이에 바퀴가 끼일 수 있도록 그렇게 위험한 지하철이 매우 많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박 대표는 장애인 이동권 문제가 비단 장애인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노인과 임산부와 그리고 짐을 들고 다니는 모든 사람 등 우리의 미래 문제”라며 “결국은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공동체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비장애인들은 모든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는데 왜 20년을 외쳐도 가장 기본적인 시민의 권리 누리지 못하냐”며 호소했다.
박 대표는 현재 일시 중단한 지하철시위 재개 여부와 관련해서는 “전적으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결정에 달려있다”면서 “인수위가 기획재정부, 고용노동부, 복지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해서 그 검토 결과를 내어놓는 것에 따라 출근길에 지하철을 탈지 안 탈지가 결정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인터뷰에 앞서 박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다음 달 초 이 대표와 2차 토론을 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이 대표에게 갈라치기와 전장연을 낙인화한 것에 대하여 진심으로 사과해줄 것을 다시 한번 요청한다”며 “다음번 토론에는 장애인 정책에 대한 공약의 구체적인 검토와 답변을 가지고 토론할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찬규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