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마저 ‘파오차이’라니…서경덕 “있을 수 없는 일”

입력 2022-04-14 11:52 수정 2022-04-14 13:38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가 페이스북에 올린 식약처 영상 캡처본. 빨간색 동그라미 안에 김치 이미지 옆에 중국어로 표기된 '파오차이'(泡菜)를 확인할 수 있다. 페이스북 캡쳐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가 정부 기관인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서 김치를 ‘파오차이(泡菜)’로 표기한 것을 지적하며 “이런 실수를 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질타했다.

서 교수는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치 그림 이미지에 ‘파오차이(泡菜)’라는 중국어 자막이 적힌 영상 캡처본을 올리며 이같이 지적했다. 해당 이미지 오른쪽 상단에는 식약처 로고가 표시돼 있다.

문제의 영상은 지난 2월 식약처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임신부 건강을 위한 나트륨 다이어트’라는 제목의 중국어 자막 영상이다. 이 영상은 국문, 베트남어, 영문, 중문 네 가지 버전으로 만들어졌는데 중문 버전에서 이같이 표기가 된 것이다. 다만 현재 ‘파오차이’ 표기가 들어간 중문 영상은 삭제된 상태다.

서 교수는 “중국어 자막 영상에서 ‘파오차이’ 표기가 두 번이나 나온다”며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는 우리나라 고유의 발효음식 김치의 중국어 번역 및 표기를 ‘신치(辛奇)’로 명시했는데, 같은 정부 기관에서 이런 실수를 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특히 식약처는 김치에 관련한 다양한 일을 진행하는 기관이기에 이번 일로 인해 국민은 더 큰 실망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파오차이’는 양배추나 고추 등을 염장한 중국 절임 요리이다. 중국은 한국의 김치가 파오차이에 기원을 뒀다고 주장하며 이른바 ‘김치공정’ 논란을 빚어왔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 우리나라 고유 음식인 김치의 중국어 번역 및 표기를 ‘신치(辛奇)’로 밝혔다.

서 교수도 이날 글에서 중국이 관영 매체 등을 통해 지속해서 ‘김치공정’을 펼치고 있다는 사실을 언급하면서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는 분노만 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대응으로 중국의 왜곡을 바로잡아줘야만 한다”면서 “중국 측에 빌미를 제공하지 않으려면 국내에서 잘못 사용하는 표기 역시 바로잡아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논란이 제기되자 식약처는 즉각 입장문을 내 “2월 10일 식약처 유튜브에 게시된 ‘임산부 건강을 위한 나트륨 다이어트-덜 짜게 먹기 1편’ 제목의 중국어 자막 영상에 파오차이 표기가 등장한다”며 “잘못된 표기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식약처 관계자는 파오차기 표기 경위에 대해 “콘텐츠를 4개 국어(한국어·영어·중국어·베트남어)로 제작, 번역하는 과정에서 김치의 중국어 표기가 파오차이로 잘못 표기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 7월 22일 김치의 중국어 표기 용례가 신치로 변경됐으나, 동영상 제작 과정에서 이를 세심히 확인하지 못해 표기 오류가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표기 오류를 인지한 즉시 해당 동영상을 삭제했고, 이번 사례를 계기로 식약처 누리집, 홍보 자료 등에 올바른 외국어 표기법이 적용될 수 있도록 면밀히 살피고 오류가 재발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다시 한번 깊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거듭 밝혔다.

이예솔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