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천성 희귀질환인 ‘무뇌수두증과 복합기형’을 가진 미8군 아기가 국내 의료기관에서 무사히 태어나 44일만에 가족 품으로 돌아갔다.
미국 하와이 병원에서 치료가 어려워 유산 위기에 몰렸지만 서울성모병원 의료진의 도움으로 어렵사리 세상의 빛을 봤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은 선천성 무뇌수두증과 동반된 복합기형을 앓던 미 8군 태아 마르셀린 아쿠아 르노(여)를 무사히 출산하고 지난 5일 출생한지 44일 만에 건강하게 퇴원했다고 14일 밝혔다.
산모인 스타 후드(Star Hood)씨는 기존에 다니던 병원에서 아이에게 무뇌수두증을 비롯해 여러 장기에 이상이 발견됐다는 소견을 받았다. 뇌에 뇌척수액이 차는 무뇌수두증은 대부분 출산 전에 생사가 결정되고 정상적으로 출산해도 몇 주 후부터 신경학적인 증상을 보이는 등 예후가 좋지 않은 희귀질환이다. 이 때문에 임신 중 증상이 확인되면 임신중절수술이 권유되기도 한다.
우여곡절 끝에 산모는 심적 변화가 생겨 아이에게 세상의 빛을 보여주고자 출산을 결심했다. 미국 하와이 병원에서 출산이 가능한 병원을 알아보던 중 미 8군 협력병원인 서울성모병원과 연락이 닿았다. 모두가 아이의 생존을 장담할 수 없던 상황에서 산부인과 고현선 교수가 출산 의뢰에 흔쾌히 동의했고 르노씨 부부는 한국으로 발길을 돌렸다.
산부인과는 초음파 검사로 아이의 건강 상태와 기형 여부를 면밀히 파악했다. 이후 선천성질환센터 다학제 상담을 통해 현재 상태와 생후 치료에 대한 보호자 면담이 한자리에서 이뤄졌다. 특히 출산 전후로 신생아팀 의료진이 함께해 신생아중환자실 관리를 진행함과 동시에 신경외과, 소아심장분과, 소아방사선과, 외과, 성형외과, 안과, 이비인후과 등 다양한 진료과와의 긴밀한 협진을 통해 수술과 치료가 이뤄졌다.
주치의였던 소아청소년과 윤영아 교수는 “출산 전 여러 과와의 협진이 선천성질환센터에서 이뤄져 보호자의 이해와 협조도를 높였고 출산 후 뇌, 심장, 신장, 안과, 청력, 피부 등의 복합기형도 협진 덕분에 하나씩 수월하게 해결해나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이 아버지인 테일러 르노씨는 의료진에 감사 인사를 전하며 “아이가 신생아중환자실에 입원해 회복하는 동안 방을 꾸미고 카시트와 유모차를 마련하는 등 아이를 맞이할 준비를 많이 해뒀다”며 “아이가 드디어 퇴원해 설레기도 하고 걱정되기도 하지만 잘 먹고 건강하게 지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