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 제주에서 고사리를 딸 땐 길을 잃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제주도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제주에서 발생한 길잃음 사고 246건 가운데 45%인 111건이 고사리 채취 중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별로도 고사리 등 산나물 채취 시기인 4월과 5월에 136건이 발생해 전체 사고의 55%를 차지했다.
13일 밤에도 제주시 구좌읍 덕천리 인근에선 고사리 채취에 나섰던 50~60대 남녀가 길을 잃었다는 신고가 접수돼 소방대원 20명이 출동했다.
이들은 오후 4시30분경부터 길을 잃고 헤매다 밤 10시가 넘어서야 경찰에 구조를 요청했다. 구조대는 출동 1시간 20분 만인 자정 무렵 요구조자를 발견해 귀가 조치했다.
지난 6일과 15일에도 혼자 고사리를 따던 70대가 길을 잃었다가 구조됐다. 2020년에는 길잃음 사고로 인한 사망자도 발생했다.
제주에서 고사리 채취 중 길잃음 사고가 많은 것은 굵고 연해 품질이 좋은 고사리가 주로 인적이 드문 중산간 지역(해발 200~600m)에 많이 분포하기 때문이다. 바닥만 보며 고사리를 따다 보면 본인이 들어온 길을 찾지 못해 길을 잃게 된다.
때문에 매년 고사리 철이 시작되면 제주도소방안전본부는 ‘봄철 길잃음 안전사고 주의보’를 발령해 도민과 관광객들에게 경각심을 고취하고 있다.
고사리 채취객이 특히 많은 중산간 지역에서는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자치경찰이 도로를 따라 사이렌을 울리며 채취객들의 귀가를 독려하는 진풍경도 벌어진다.
고사리 채취 중 길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스마트폰에서 트레킹 어플을 다운 받아 경로 기록 기능을 실행하면 지나온 경로를 확인할 수 있다.
출발 지점을 도저히 찾지 못할 때에는 119신고 어플로 신고하면 자동으로 위치 정보가 확인돼 구조대원이 신속하게 구조에 나설 수 있다.
제주소방안전본부 관계자는 “고사리를 따러 갈 때에는 휴대폰 배터리를 완충 상태로 유지하고 비옷과 비상식량, 손전등, 물 등을 챙겨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