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원구의 아파트를 찾아가 온라인에서 만난 A씨를 비롯한 세 모녀를 차례로 살해한 김태현(26)에게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14일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살인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씨의 상고심에서 검찰과 김씨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했다. 30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명령도 그대로 유지된다.
김씨는 지난해 3월 23일 온라인 게임에서 알게 된 A씨가 자신을 만나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A씨와 여동생, 어머니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A씨 집에 찾아가 무방비 상태였던 동생을 찌르고, 뒤이어 들어온 어머니까지 살해했다. 이후 퇴근해 귀가한 A씨도 김씨 손에 숨졌다.
법정에서 김씨는 A씨를 살해할 계획만 있었을 뿐 가족을 상대로 한 범행은 우발적이었다는 주장을 폈다. 반면 검찰은 범행 전반이 계획적이었다며 사형을 구형했다.
1심은 “가족 살해가 우발적으로 일어났다고 보이지 않고, 동생과 어머니는 피고인과 아무 관계가 없음에도 범행을 위한 수단으로 살해됐다”며 계획범죄는 인정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범행은 극단적인 인명경시 성향이 드러난 것이라 볼 수 있다. 사형에 처해야 한다는 검사의 구형도 수긍된다”면서도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문을 제출했으며 유족들에게 사죄의 뜻을 밝혀 생명 자체를 박탈하는 게 정당화될 수 있는 사정이 존재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김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2심은 사건의 내용과 김씨의 행동 등 사정에 비춰 사형을 선고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볼 여지가 상당하다는 의견을 표명하면서도 무기징역형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우리나라는 25년간 사형이 집행되지 않고 있어 국제인권단체로부터 사실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됐다”며 “(사형은) 형벌로서의 실효성을 상실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무기징역형이 확정돼 복역하더라도 형법에 따라 20년 뒤 가석방 심사 대상이 된다. 이에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사회로부터 영원히 격리돼 평생 참회하는 것이 맞으므로 가석방이 허용돼서는 안 된다”며 “가석방 여부는 사법부가 아닌 행정부 소관이고, 법원의 의견이 행정부에 얼마나 기속력을 가질지 모르겠으나 이렇게라도 명시적으로 가석방에 대한 의견을 밝힐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대법원은 “범행의 동기와 내용, 범행 후 행동 등 사정에 비춰 보면 원심이 무기징역을 선고한 제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한 것이 심히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