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연-이준석 사과했지만, 쟁점에 입장차 여전했다

입력 2022-04-14 10:08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가 13일 JTBC 썰전라이브에서 일대일 토론을 펼치고 있다. JTBC 캡처

서로를 향해 날 선 발언을 주고받다 우여곡절 끝에 성사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의 일대일 토론은 일단 사과로 시작했다. 그러나 장애인 이동권과 전장연의 시위를 둘러싸고 본격적으로 토론이 진행되자 치열한 격론을 벌이며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이 대표와 박 대표는 13일 JTBC '썰전 라이브'에 출연해 일대일 토론을 펼쳤다. 토론 주제는 크게 전장연 ▲시위 방식이 정당했는지 ▲이에 대한 해법은 어디서 찾고 예산확보는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였다. 토론은 1부와 2부로 나눠 총 165분간 진행됐다. 1부는 TV와 유튜브 스트리밍을 통해, 2부는 유튜브 스트리밍으로만 송출됐다.

박 대표는 “시민들께 먼저 진심으로 사과 말씀을 드린다”며 “장애인들이 출근길에 지하철을 타서 많은 불편을 끼쳐 죄송하다”고 지하철 승하차 시위로 불편을 끼친 점을 사과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전장연 외침을 정파적이고 특정 부분만 편집해서 갈라치고 왜곡하고 경고하고 있다”며 “(우리는) 시민을 볼모로 잡았다는 비난과 혐오적 욕설을 감수하며 문명사회에서 생존권이자 시민 권리를 21년 동안 외쳤다”고 시위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이에 이 대표는 “먼저 시민분들께 사과하신 점은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전장연 측도 그 수단이 꼭 옳지 않다는 걸 알고 있지만 절박함 때문에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한 것이라고 이해한다”고 답했다. 이어 “그동안 100석이 넘은 정당으로서 정당을 거치지 않고 시민께 호소하는 상황까지 나오게 된 점에서는 저희(국민의힘)의 노력이 부족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토론에 들어서자 양측의 태도는 확 달라졌다. 박 대표는 “우리의 문제가 최우선이고 100% 해달라는 말이 아니니 오해 말아달라”며 “(출근길 지하철 시위는) 21년을 기다리면서 놓쳐버리고 배제된 권리이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고려해달라는 차원”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이어 “대한민국 사회가 양심이 있다면 양당이 지배했던 20년의 세월 동안 약속이 안 지켜진 것에 대해 우리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 대표는 “장애인 이동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앞으로 가고 있지 뒤로 가고 있진 않다”며 “예산이 뒷받침되지 못해 속도가 기대에 못 미치는 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가 13일 JTBC 썰전라이브 방송 이후 유튜브를 통해 일대일 토론을 펼치고 있다. JTBC 캡처

이 대표는 “지하철 이용상의 불편 때문에 전장연에서 이런 시위를 주도했다고 많은 분이 보고 있는데 사안을 들여다보면 그 안에 여러 가지 숙원 사업이 있다”며 “전장연, 장애계에서 요구하는 것 중 정치권이 안 하겠다고 하는 것이 혹시 있느냐”고 되물었다.

박 대표는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안 하겠다는 정치인이 어디 있냐”며 “공문 보내고 만나면 검토하겠다는 말은 20년 동안 했다”고 맞받았다.

박 대표는 “많은 시민이 지하철의 엘리베이터 문제로만 생각할 수 있다”며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장애인들의 권리 예산, 특히 이동권과 관련해 중앙정부가 책임지지 못했기 때문에 지하철을 탔다”고 지하철 승하차 시위 배경을 추가 설명했다.

지난 7일 서울지하철 9호선 양천향교역에서 발생한 에스컬레이터 추락사고에 대해 이 대표는 “장애인이 (엘리베이터) 이용에 지연될 수 있다”며 “하지만 전동휠체어를 타고 에스컬레이터를 올라타 돌아가신 것이 진입 차단봉이 설치하지 않아서라는 것은 다소 과한 주장”이라고 밝혔다.

박 대표는 “비장애인 입장에서는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며 “국가가 위험한 곳에서 하지 말라고 방지하는 책임이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어 “(1역사 1동선이) 94% 됐다고 자랑하시는데 나머지 역에서는 죽을 수 있다”며 “정파적 문제가 아니다. 그렇게 죽은 사람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에서도 이견을 보였다. 이 대표는 윤 당선인이 다른 후보와 달리 고속·시외버스 저상화를 공약했다는 점을, 박 대표는 구체적인 수치가 언급되지 않아 그동안 지켜지지 않았던 정치인의 약속과 다르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찬규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