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침묵…검수완박 강행 막을 ‘대통령 거부권’ 행사할까

입력 2022-04-14 06:13 수정 2022-04-14 10:10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추진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침묵을 지키는 가운데, 이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을 경우 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지를 두고 정치권의 이목이 쏠린다.

문 대통령은 13일까지 이번 사안에 대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민주당이 검수완박 법률안의 4월 내 국회 처리를 당론으로 채택하고 절차 강행에 나섰지만, 검찰은 물론 야당의 반발이 상당한 만큼 아직 문 대통령이 언급할 단계가 아니라는 게 청와대의 입장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압박은 커지고 있다. 검수완박 입법 추진을 비판하며 사의를 밝힌 이복현 서울북부지검 부장검사는 이날 “일국의 사법제도를 통째로 바꾸어놓을 만한 정책 시도에 대해 국가수반인 대통령께서 입장이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촉구했다.

허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도 이날 논평에서 “지금 민주당의 폭주, 오만과 독선, 민생 외면을 막아설 수 있는 사람이 있다. 바로 문재인 대통령”이라며 “민주당은 지금 윤석열 당선인이 대통령이 되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며 검수완박을 서두르고 있다. 반대로 문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허 수석대변인은 이어 “문 대통령이 그 예상을 보기 좋게 깨야 한다. 아니 그 이전에 검수완박에 대한 반대 입장을 국민 앞에 밝혀야 한다”며 “공수처법, 임대차 3법 때는 대통령이 나서서 법안 통과를 하명하지 않았는가. 부디 떠나는 문 대통령이 마지막 순간만이라도 민주주의를 지켜내기를 국민은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대통령 거부권은 헌법 제53조에 명시된 대통령의 고유권한으로, 국회에서 의결된 법률안은 15일 이내에 대통령이 공포해야 한다. 하지만 법률안에 이의가 있을 경우 대통령은 15일 이내에 국회가 재의하도록 요구할 수 있다. 대통령이 재의를 요구하면 해당 법안은 효력을 상실한다.

대통령이 재의를 요구하면 국회는 반드시 이를 본회의에 상정해 재의결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다만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이 된다면 해당 법률안은 그대로 법률로서 확정된다. 현재까지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률안에 대해 재의 의결로 법률안이 통과된 사례는 한 번도 없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문 대통령이 결자해지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임기를 마무리하는 대통령으로서 국민에 대한 문 대통령의 마지막 소임일 것”이라며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김오수 검찰총장도 이를 위해 문 대통령에게 면담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다만 문 대통령은 2017년 5월 취임 때부터 현재까지 거부권을 한 차례도 행사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 가능성은 작다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 법제사법위원회 간사인 박주민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국회가 통과시킨 법이 굉장한 문제가 있어서 거부될 만한 사안이 없다면 행정부 수반으로서는 거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