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사업에 도움을 주는 대가로 시행사인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곽상도 전 국회의원이 첫 재판에서 “제가 왜 구속돼서 이렇게 재판을 받아야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제가 알 수 있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이준철)는 13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의 혐의로 기소된 곽 전 의원 등의 1차 공판을 진행했다.
곽 전 의원은 재판 중 직접 발언 기회를 얻어 “검찰은 아들이 돈을 받은 걸 제가 받았다고 한다. 그런데 아들 계좌 추적 자료를 보면 제가 관여한 게 단 한 푼도 없다. 저는 이 사건에 대해 아는 게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곽 전 의원은 앞서 출석 의무가 없는 두 차례 공판준비기일에도 법정에 나와 “검찰 측 허위 공문서 작성이 의심된다”며 무죄를 주장한 바 있다.
곽 전 의원은 특히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씨로부터 컨소시엄 청탁을 받지도 않았고 돈을 달라고 요구한 적도 없다”고 해명했다.
검찰은 대장동 개발에 뛰어든 화천대유가 2015년 하나은행과의 컨소시엄 무산 위기를 겪을 때 도움을 준 대가로 곽 전 의원이 화천대유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수수한 것으로 의심했다. 곽 전 의원이 당시 하나은행 측에 “성남의뜰 컨소시엄에 잔류하라”고 청탁하면서 컨소시엄 무산 위기를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후 화천대유에서 근무하던 곽 전 의원의 아들 병채씨는 지난해 4월 퇴직하면서 퇴직금 명목으로 50억원(세금 제외 25억원)을 받았다. 검찰은 6년차 대리급 직원이었던 병채씨에게 이 같은 고액을 지급한 것이 사실은 ‘하나은행 청탁’에 대한 대가로 보고 있다.
곽 전 의원은 “기여한 게 없는데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6년이 지나 대가를 지급했다는 건 어불성설”이라며 “검찰이 짜맞추기를 하려다 그 누구에게도 로비한 사실이 나오지 않자 억지로 만들어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곽 전 의원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진 김씨 측도 곽 전 의원 아들에게 준 50억원은 정당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김씨의 변호인은 “50억원 금액이 큰 건 맞다”면서도 “사업이 크게 성공해 다른 임직원들에게도 막대한 성과급을 지급하기로 한 상태였고, 조카처럼 아끼던 병채씨가 일을 하다 건강이 악화돼 보상을 하려고 많은 금액을 준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