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요금 동결’ 질렀지만 방법론 아직… ‘유명무실’ 연료비 연동제 운명은

입력 2022-04-14 06:00

새 정부가 ‘물가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면서 당분간 전기요금·가스요금 등 공공요금이 동결될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다만 지난해 연말 세워놓은 인상 계획을 뒤집는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 향후 변수가 될 전망이다.

14일 산업통상자원부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관계자에 따르면, 새 정부는 공공요금 동결 및 인상 최소화라는 큰 틀의 목표는 세웠지만, 구체적인 방법론에 대해서는 아직 검토하고 있지 않다. 일단 전기요금은 6월 말 연료비 조정단가를 정하는 시점까지 아직 시간이 좀 남아있는 탓이다. 이후 기준연료비·기후환경요금이 인상되는 시점은 오는 10월로 더 늦다. 다만 가스요금의 경우 다음 달에 1.23원 추가 인상이 예정돼있는 상황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새 장관 후보자와 인수위가 향후 논의해야 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미 지난해 정해진 인상 계획을 뒤집을 방법이 마땅치 않은 점은 변수다. 현행법상으로 한국전력·한국가스공사가 이사회를 거쳐 스스로 요금 인상 계획을 철회하겠다고 밝히는 방법, 산업부 장관이 직접 한전에 약관을 변경하라고 명령을 내리는 경우가 있는데 현실적으로 두 방안 모두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일단 각 공공기관이 이사회를 거쳐 스스로 인상 계획을 철회할 경우에는 경영진이 배임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두 번째 산업부 장관의 약관 변경 명령은 전기사업법상으로 전기 사업자들이 해서는 안 되는 금지행위를 했을 때만 가능하다.

한전과 가스공사 관계자는 “이사회를 통한 약관변경 방법만 가능한 것으로 안다”며 “아직 산업부와 구체적으로 관련 내용을 협의하거나 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미 인상하기로 한 기준연료비·기후환경요금 대신 연료비 연동분을 동결하는 방식으로 인상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추진할 가능성 등에 무게를 싣는다. 또 매월 요금을 새로 정하는 산업용 가스요금에 연료비 연동을 멈추는 안 등도 거론된다. 연료비 연동제가 적용돼 매월 원가변동분이 반영되는 산업용 가스요금은 주택용 및 일반용 도시가스 요금보다 약 10원 이상 비싸다.

연료비 연동제가 사실상 무력화된 현 상황에서 새 정부가 전기요금 결정 체계 자체를 바꾸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연료비 연동제란 석유, 석탄, 액화천연가스(LNG) 등 연료 구입에 쓴 비용에 맞춰 전기요금을 올리거나 내리는 제도로 지난해 도입됐지만 제 기능을 전혀 하지 못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현재 연료비 연동제를 제대로 작동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에 무게를 싣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연료비가 안정적으로 유지됐어야 제도도 안정적으로 정착을 했을텐데, 제도를 도입하자마자 연료비가 급등해서 연료비 연동제 취지를 살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에너지 업계의 경영 악화도 여전히 새 정부의 고민을 깊어지게 하는 요인이다. 1984년 이후 소비자물가 상승률 대비 전기요금의 실질 인상률은 -58.2%다. 지난달 한전이 사들인 전력도매가격(SMP)은 1kWh당 192.75원인데, 판매 단가(108.1원)를 볼 때 1kWh당 84.65원의 손해를 보고 있는 셈이다. 가스공사 역시 적자난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가스공사의 미수금은 1조8000억원에 달했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