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가평 용소계곡에서 남편을 물에 빠뜨려 살해한 혐의를 받는 이은해(31), 공범 조현수(30)가 4개월째 도피생활을 이어가자 네티즌들이 직접 마스크와 모자를 합성한 사진 등을 만들어 공유하고 있다. 일종의 ‘사제 수배전단’을 뿌리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수사기관에 대한 불신이 깔린 데다 사건 초기 네티즌들이 제기한 의혹대로 사건이 흘러가자 관심이 증폭된 것으로 본다.
이선우씨는 ‘그것이 알고싶다-네티즌 수사대’ 온라인 카페에 지난달 30일부터 최근까지 하루 한 개꼴로 글을 올리고 있다. ‘이은해와 조현수가 어디서 은신하고 있을지 추리해보자’며 제보를 받기도 하고, ‘팩트체크’ 코너를 통해 무분별한 의혹을 걸러내기도 한다. 두 사람에 대한 의혹이 올라오면 자체 사실확인을 거쳐 답글도 단다.
이씨는 13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경찰이 해결해주지 못한 사건에 네티즌 수사대가 나선 것”이라며 “우리의 분노가 사실에 기반한다면 더 큰 힘을 갖고 공론화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행방이 장기간 묘연하자 네티즌들은 이들이 마스크를 쓰거나 변장한 상황을 가정해 다양한 형태의 합성 사진을 배포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대중이 적극적으로 피의자 추적에 나선 배경 중 하나로 경찰에 대한 불신을 꼽았다. 피해자가 사망한 2019년 당시 경기도 가평경찰서는 사고사로 사건을 종결했는데, 이때 이은해의 휴대전화를 조사하지 않았다. 1년 뒤 일산 서부경찰서 재수사 당시에는 앞선 살인미수 사건들을 수사하고도 혐의를 적용하진 않았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초동수사 미흡에 대한 분노가 매우 높다”며 “(수사기관이) 도주할 시간까지 벌어줬다고 느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내가 옳았다’는 심리가 작용한다는 해석도 있다. 네티즌들은 이 사건을 다룬 최초 방송 이후 온라인상에서 관련 의혹을 꾸준히 제기해왔다. 최근 추리에 동참 중인 한 네티즌은 “지난해 조현수에게 명예훼손 고소를 당하면서 괜한 의혹을 제기한 건가 싶었는데 수사기관이 지명수배 결정을 내리는 걸 보면서 ‘우리가 맞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다만 네티즌 일부가 이은해의 계획범죄라고 의심한 2010년 ‘인천 석바위사거리 사망 사건’의 경우 경찰은 실체가 없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 경찰 관계자는 “2010년 이은해의 남자친구가 운전 중 사망하고 동승한 이은해가 보험금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정밀 분석했지만 관련 기록 자체를 찾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