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후에는 국산 사과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배와 복숭아 생산지도 점차 줄어들면서 귀한 몸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제주도를 비롯해 남부 지역에서나 생산하던 감과 감귤은 점점 더 재배지가 확대된다. 지구 온난화 현상이 가속화하며 한반도가 동남아시아와 비슷한 기후대를 형성하게 된다는 경우의 수를 상정한 연구 결과다.
농촌진흥청 연구진은 국민 먹거리라 할 수 있는 6대 과일의 국내 재배지 분포 변화 예측 결과를 13일 발표했다. 사과와 배, 복숭아, 포도, 단감, 감귤 품종이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 생산할 경우를 상정해 2090년까지 10년 단위로 재배지 변화 추이를 예측해봤다. 그 결과 4개 품목은 생산지가 감소하고 2개 품목은 현재보다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다.
가장 변화가 큰 품목으로는 사과가 꼽혔다. 재배 가능 지역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2070년이면 강원도 일부 지역에서나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분석됐다. 그나마도 고품질의 사과 생산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배와 복숭아도 2090년이면 사과와 비슷한 처지가 된다. 2030년까지는 재배 면적이 늘어나지만 이후부터는 내리막이다. 포도는 지속적으로 생산이 가능한 품목으로 분류됐다. 다만 2070년 이후로는 기후 조건이 맞지 않아 샤인머스킷 등 고품질 품종 생산은 불가능할 것으로 예측됐다.
반면 현재 남부 지역이 주산지인 단감은 2070년이면 전국으로 재배지가 확대될 전망이다. 일부 산간 지역을 제외하면 어디서나 고품질 단감 생산이 가능하다. 제주도 특산품인 감귤도 같은 시기면 재배지가 흔해진다. 남해안 일대와 강원도 해안 지역으로 생산지가 확대된다.
이번 분석 결과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2020년 발표한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적용했을 경우를 상정했다. 시나리오에 따르면 2081~2100년이면 한국 연평균 기온이 2020년 대비 6.9~7.0도 올라간다. 농진청 관계자는 “현재 전 국토의 6.3% 수준인 아열대 기후권이 2050년이면 55.9%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