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14일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한다. 금융시장에선 가파르게 치솟은 국내 물가와 미국의 긴축 압박으로 인해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올릴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 명분으로는 고공행진 중인 물가가 꼽힌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에다 국내 소비 회복까지 겹치면서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0년 3개월 만에 4%대로 급등했다. 국내 외식 물가 역시 6.6%로 치솟았다. 게다가 새 정부 출범 이후 추가경정예산(추경)이 편성되면서 물가 상승 압박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최우선 정책 목표를 물가 안정에 두고 있는 한은으로선 새 정부의 기조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6일 새 정부 최우선 과제로 “물가를 포함한 민생안정대책”을 꼽은 바 있다.
한·미 기준금리 역전 우려도 작용하고 있다. 현재 한·미 양국 간 기준금리 차는 한국이 0.75~1.0% 포인트 높은 상태인데 5월 이후엔 격차가 역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한 번에 기준금리 0.5% 포인트를 올리는 이른바 ‘빅스텝’을 밟을 것이라는 시그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금리 차가 좁혀지거나 역전되면 외국인의 국내 투자금이 빠져나가고 달러 강세화로 인한 충격파는 커질 수밖에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13일 “최근 국내 물가 동향이나 미국의 빅스텝 시그널 등을 감안하면 인상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금융권에선 금통위 의장인 한은 총재가 없는 상황에서 일단 동결한 후 5월 인상 카드를 선택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한은 총재가 공석인 가운데 열리는 금통위 본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올리는 결정을 내리기는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번 회의는 한은 총재가 금통위 의장을 겸임하게 된 1998년 이후 처음으로 한은 총재 없이 진행되는 것이다.
또 기준금리 인상은 경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데다 대출금리 인상을 일으키면서 가계부채 뇌관에 불을 댕길 가능성도 제기된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 1∼6일 채권 보유·운용 관련 종사자 1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인상과 동결 응답은 50대 50이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