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8개월여 만에 판호(게임 서비스 허가증)를 새로 발급했다. 국내 게임사들의 시선은 기대와 냉소가 교차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판호 발급을 담당하는 국가신문출판서는 최근 자국 게임에 한해 45개 타이틀의 판호를 신규 발급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7월 판호 리스트를 발표한 지 8개월 만이다.
판호란 중국에서 유료 게임 서비스를 하려면 반드시 취득해야하는 현지 라이선스다. 이번에 발표한 게임 타이틀은 모두 중국 게임사에게 발급한 ‘내자 판호’다. 해외 게임사 타이틀을 대상으로 한 ‘외자 판호’는 한 건도 없다.
국내 게임 업계는 이번 판호 발급 재개를 긍정적 신호로 볼 수 없다고 진단했다. 외려 견고한 빗장만 확인했다는 지적이다. 한 게임사 관계자는 “해외 게임에 대한 중국의 통제 의지만 확인한 발표”라고 꼬집었다. 반면 또 다른 게임사 관계자는 “긍정적 신호로 볼 여지가 있다”면서 “중국의 게임 산업 규제가 굉장히 심한 와중에 나온 판호다. 자국 게임을 먼저 내 주고 해외 게임을 내주는 패턴이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번 기습 발표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판호 발급의 과정이 전혀 공개되지 않는 이른바 ‘깜깜이 심사’가 갈수록 심해지는 형국이라 국내 게임사들은 “혹시나”하는 기대감보다 “어차피”라는 시선이다. 중국은 이번 판호 발급 전까지 8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아무런 공지 없이 판호 발급을 중단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지난 2017년 사드 배치 이후 무려 4년 동안 아무런 설명 없이 국내 게임사의 판호 발급을 전면 중단했다. 반면 중국 게임사들은 자유로이 국내 게임 시장에 드나들며 잠식했다.
한 게임사 관계자는 “판호 재개는 환영하지만 일회성인지, 정책의 변화인지 판단하기 어렵다”면서 “불확실성은 여전하기 때문에 계속 지켜봐야 한다. 새 정부에서 관련 사항에 관심을 더욱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수년 전 중국에 판호 발급을 신청한 한 국내 게임사 관계자는 “중국의 탄탄한 내수 시장은 눈을 뗄 수 없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이제는 판호가 발급될 거란 기대보다는 ‘어차피 이번에도 안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리스트를 확인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판호 발급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됐는지를 신청 당사자도 잘 모른다”면서 “과거, 현재, 미래가 모두 깜깜이다. 기대를 안 하는 게 낫다”고 일갈했다.
이다니엘 기자 d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