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尹·朴 회동에 “촛불·국회·헌재가 ‘죄송한 일’ 한거냐”

입력 2022-04-13 11:12 수정 2022-04-13 14:29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뉴시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13일 박근혜 전 대통령을 만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향해 “국정농단을 꾸짖으며 촛불을 들었던 국민도, 민의를 받아 탄핵소추안을 의결한 국회도, 최종적으로 탄핵결정을 한 헌법재판소도 모두 ‘면목없고 죄송한 일’을 한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임 전 실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참 면목이 없습니다. 그리고 늘 죄송했습니다’ 이렇게 해버리면 무너뜨리지 말아야 할 원칙과 기준이 무너진다. 대통령의 언어와 행동이 그렇게 가벼워서는 안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달성으로 사과 순례라도 떠나야 하는가”라며 “그 역시 대통령 당선인 자격으로 공식적인 일정을 할 일은 아니지만, 구원(舊怨)을 풀고 화해를 하고 싶었다면 ‘인간적인 안타까움과 마음속으로 갖고 있는 미안한 마음도 말씀드렸다’ 여기까지여야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 역시 대통령 당선인 자격으로 공식적인 일정을 할 일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임 전 실장은 또 “꼭 다녀와야 마음이 편했다면 절제된 태도를 보여줬어야 한다”며 “꼭 사과해야 할 말 못 할 사정이 있었다면 사적으로 유감을 표하는 수준이었어야 한다. ‘죄송’과 어퍼컷 세리머니는 국민에게 작지 않은 상처를 남겼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말 미안함을 논하자면 당선인이 인간적으로 미안해야 할 상대는 순전히 본인의 의지로 무너뜨린 조국 장관의 가족이 아닌가”라고 물었다.

윤 당선인은 전날 대구시 달성군의 박 전 대통령 자택을 찾아가 회동을 갖고 “참 면목이 없다. 늘 죄송했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검사시절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당시 특검 수사를 주도한 바 있다. 이후 일각에서 ‘탄핵을 부정했다’는 정치적 해석이 나오자, 당선인 측은 이날 “(윤 당선인이) 인간적 연민의 마음에서 인사차 드린 말씀”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