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이달 내 강행 처리하기로 방침을 정한 가운데 현직 부장검사가 13일 반발하며 사의를 표명했다.
김오수 검찰총장 등 전국 지검장이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항명 분위기를 조성한 가운데 나온 첫 사의다. 해당 부장검사는 사의를 밝힌 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검수완박에 대해 어떤 입장인지 알려 달라”고 요구했다.
이복현(사법연수원 32기) 서울북부지검 형사2부 부장검사는 이날 오전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사직인사’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검찰의 수사권을 없애버리면 당분간 금융, 증권시장 교란행위, 대기업의 시장질서 문란행위, 최고위 권력층의 이권개입 등에 대한 수사는 사라져버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경찰에 수사종결권이 부여된 이후 벌써 1년여간 시행해오면서 사건 처리가 급격히 지연되고 그 과정에서 증거가 산일(흩어져 없어짐)돼 실체 발견이 곤란해져서 범죄자를 처벌하지 못하게 되는 결과를 경험한 것은 저만이 아닐 것”이라며 “‘검수완박’을 하면 이런 사건의 지연 처리와 실체 발견 불능 사태는 더 심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부장검사는 또 민주당의 ‘검수완박’ 논의 과정을 미국의 경제 대공황 사례에 빗대 “장기적으로 보면 수십년이 지나고 경찰이 보다 유능해지고 경찰 수뇌부가 정치적, 경제적 세력에 휘둘리지 않고 재벌, 권력자 등에 대한 수사를 할 수 있는 날이 올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 장기에 이르는 기간에 제2의 국정원 선거개입, 제2의 삼성그룹 불법승계는 음지에서 발생할 것이고 수사기관은 이에 대응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특히 이 부장검사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직접 ‘검수완박’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그는 “주제넘게 감히 한 말씀 드리고 싶다. (문재인) 대통령께서는 ‘검수완박’에 대해 어떤 입장인지 알려주셨으면 한다”며 “일국의 사법 제도를 통째로 바꾸어놓을 만한 정책 시도에 대해 대통령제 국가의 수반인 대통령께서 입장이 없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했다.
이 부장검사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기소하고, 이명박 전 대통령과 측근 수사에도 참여했다. 그는 지난 8일부터 민주당의 ‘검수완박’ 추진을 비판하는 글을 올려왔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