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해 “내연남도 같이 갔는데”… 그알PD “결정적 발언”

입력 2022-04-13 05:07 수정 2022-04-13 09:54
'가평 계곡 살인' 사건 용의자 이은해(오른쪽)와 조현수씨.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제가 내연관계에 있었는데, 그 내연남도 계곡을 같이 갔어요.”

‘계곡 살인’ 용의자로 공개수배된 이은해(31)가 SBS ‘그것이 알고 싶다’ PD에게 했던 발언이다. 당시 이씨를 취재했던 제작진은 이씨에 대해 “사건을 매우 건조하게 이야기했다. 가장 결정적인 건 ‘내연남도 계곡을 같이 갔어요’라고 저희에게 말한 점”이라고 밝혔다.

12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2020년 이씨를 직접 취재한 김영태 PD가 출연했다. 그는 이씨와의 첫 통화, 취재와 제작 과정을 자세히 설명했다.

당시 이씨는 남편 윤모(당시 39세)씨가 사망한 5개월 뒤 보험회사에 생명 보험금을 청구했다가 보험사기로 지급이 거부되자 2020년 3월 ‘그것이 알고 싶다’에 직접 제보했다. 보험사의 만행으로 보험금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고 있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이씨를 취재하던 제작진은 수상한 부분을 다수 발견했다. 윤씨가 사망한 원인을 원점부터 다시 되짚었고, 7개월 뒤인 2020년 10월 ‘가평계곡 익사 사건 미스터리’ 편을 방송했다. 이어 지난달 30일 이씨와 공범 조현수(30)에 대한 지명수배가 내려졌다.

공개 수배된 '가평계곡 남편 살인사건' 용의자 이은해(31·여)씨와 공범 조현수(30)씨. 연합뉴스

김 PD는 “저희가 보험 사건을 취재하고 있었다. 그래서 보험사와 분쟁 중인 분들의 연락을 기다린다는 제보 요청 글을 냈는데 메일이 왔다. 그 메일 제목이 이렇게 시작한다. ‘대형 보험사의 불법 만행을 고발합니다’. 2020년 3월 이씨가 보낸 거다. 그래서 그날 처음 통화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남편이 사망한 사건인데 당연히 있어야 되는 어떤 슬픔, 안타까움 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다”며 의혹을 품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 사건을 매우 건조하게 이야기했다. 그리고 계곡에 놀러간 사람들이 남편의 지인이 아닌, 본인의 지인들로만 구성돼 있었다는 것도 의아했다. 가장 결정적인 건 너무 건조하게 ‘제가 내연관계에 있었는데, 그 내연남도 계곡을 같이 갔어요’라고 저희에게 말한 점”이라고 덧붙였다.

김 PD는 이씨의 이야기를 반복해서 들어도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고 했다. 가평 계곡 사건을 파헤친 이유였다. 그는 “보통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전화하면 당황하는데 말을 잘 돌렸다. 다른 주제로. 오히려 저한테 번호를 어떻게 알았느냐고 더 공격적으로 말하기도 했다. 그래서 이들이 불법과 상식적이지 않은 일을 많이 경험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김 PD는 이씨가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했다고 추정했다. 그는 이씨와 공범 조씨를 제외한 나머지 목격자 4명을 언급하면서 “그중 공범으로 혐의를 받고 있는 사람도 있다. 또 사망한 윤씨를 처음 본 분도 있다. 그 무리에 처음 낀 거다. 저희는 그렇게 생각한다. 이 사건과 전혀 관계없는 어떤 사람을 일부러 섭외하고 캐스팅해서 그 현장에 데리고 간 것이다, 그만큼 치밀하게 이 사건을 준비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오는 23일 이씨의 후속 보도를 내보낸다. 김 PD는 이씨의 이전 남자친구 사망사건, 이씨가 윤씨에게 복어 독을 먹였다는 의혹 등을 다룬다고 예고했다.

이씨가 평소 윤씨를 어떻게 대했는지 묻자 김 PD는 “요구할 것을 아주 강단 있게 요구했다. ‘어떻게 해야 해’라고 지시를 내리고 서슴없이 요청했다. 윤씨가 어렵게 사는 걸 알아도 번 돈은 ‘다 나한테 줘야 돼’ 이런 식이었다”고 했다.

공범 조씨에 대해서는 “형님이라며 비위를 맞춰줬다. 하지만 이용할 건 다 이용하는, 그래서 좀 더 악독하고 무섭게 보인다”고 했다.

김 PD는 이씨와 조씨에게 경고의 메시지도 전했다. 그는 “당신들이 원하는 대로 돌아가지는 않을 거다. 수사기관과 또 저희 취재진이 당신들이 생각하는 것보다는 많은 것들을 알고 있다”며 “그냥 잘 있다가 잘 검거돼라”고 말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