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식 엠블럼, ‘업그레이드’한다… 황교익 “억측이라더니”

입력 2022-04-13 04:44 수정 2022-04-13 09:48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취임식 공식 엠블럼(왼쪽)과 죽은 사람을 염습할 때 쓰이는 전통 매듭인 '사동심결'(오른쪽). 대통령취임식준비위원회, 네이버 백과사전 캡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 공식 엠블럼인 전통 매듭 ‘동심결’의 형태가 죽은 사람을 염습할 때 쓰는 것이라는 ‘사(死)동심결’이란 지적에 대통령취임준비위원회(취임준비위)가 “과도한 왜곡이며 억측”이라면서도 ‘업그레이드’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앞서 SNS에서 “대한민국을 장례 치르겠다는 뜻이냐”며 날을 세웠던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는 이에 “억측이라고 주장하면서 이를 왜 수정하느냐. 앞뒤가 안 맞다”며 비판을 이어갔다.

취임준비위는 12일 “축제의 장이 돼야 할 대통령 취임식 엠블럼에 사동심결을 모티브로 삼았다는 억측을 해소하기 위해 엠블럼 디자인을 ‘업그레이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박주선 대통령취임준비위원장이 지난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공동기자회견장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 준비위원회 기자회견에서 브리핑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취임준비위는 “디자인 시작 단계에서부터 ‘생동심결’, ‘사동심결’을 모두 인지하고 있었으나, 그보다 포괄적인 개념인 ‘동심결’의 원형 자체를 표현하고자 했다”며 “엠블럼 디자인이란 변형과 단순화라는 과정을 통해 직관적인 시각적 상징성을 갖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엠블럼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상징하는 태극기와 전통 문양인 동심결을 모티브로 디자인한 것”이라며 “태극의 역동성과 영원성, 비상하는 날개를 형상화했으며 동심결과 같은 마음으로 온 국민을 하나로 묶는다는 의미를 담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과거의 모든 갈등과 얽힌 것들을 풀어내고 하나로 다시 묶어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자는 함축된 의미가 있다”며 “하지만 일각에서 그 취지와 의미를 과도하게 왜곡하고 있어 매우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제20대 대통령 취임식 공식 엠블럼인 '동심결'과 전통 매듭인 사동심결 매듭. 대통령취임식준비위원회, 네이버 백과사전 캡처

전날 페이스북에서 엠블럼 논란에 불을 지폈던 황씨는 이날도 “장금이가 홍시 맛이 나니 홍시가 들었다고 말한 것과 똑같이, 엠블럼이 사동심결이니 사동심결이라고 한 것일 뿐”이라며 재차 취임준비위를 비판했다.

그는 “전통 매듭 전문가도 사동심결이라고 지적했다”며 “전문가의 의견도 억측이라고 몰아버리는 대통령취임준비위원회 여러분은 대체 누구 말을 듣고 이 일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취임준비위의 ‘억측’이라는 표현을 문제 삼은 것이다.

황씨는 “‘사동심결 엠블럼’이 억측이라고 주장하면서 이를 왜 수정하느냐. 앞뒤가 안 맞는다. 그냥 쓰라”며 “‘이 엠블럼은 사동심결처럼 보여도 사동심결 아닙니다’하고 국민을 설득하라”고 비꼬았다.

생동심결의 형태적 특징은 가운데 4개 매듭을 꽃잎 모양으로 둘러싼 4개의 날개가 있다는 점이다. 생동심결은 길일에 주로 쓰인 매듭인 반면 사동심결은 죽은 사람의 유품을 싸서 불태울 때 쓰였다는 차이가 있다. 네이버 백과사전 캡처

그러면서 “대통령 취임식은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국민의 행사”라며 “취임식 준비에 잘못이 있어 지적하면 사과하고 고칠 일이지 잘못을 지적한 국민을 공격하면서 앞으로 국가를 어떻게 운영할지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황씨는 이어진 글에서도 “업그레이드란 기존의 것보다 성능이나 외양 등이 나아지는 것을 뜻한다”며 “사동심결을 생동심결로 고치는 것 정도는 수정 또는 교체라고 하지 업그레이드라고 하지 않는다”고 냉소하는 반응을 보였다.

‘사동심결 논란’은 취임준비위가 공식 엠블럼을 발표한 지난 11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중심으로 퍼졌다. 엠블럼으로 선정된 동심결의 형태가 결혼이나 사주단자 등 산 사람에게 쓰는 ‘생(生)동심결’이 아니라 죽은 사람을 염습하거나 유품을 정리할 때 쓰는 사동심결과 같다는 지적이었다. 황씨는 이를 두고 “윤 대통령 취임식 엠블럼을 사동심결 매듭에서 따왔네요”라며 “5월 10일 민주 공화정 대한민국을 장례 치르겠다는 뜻인가 봅니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