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금융공기업·공공기관에서 지난 5년간 여성 평균연봉은 오르고 남성 평균연봉은 낮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을 고위직에 기용하는 경우가 늘었고 정년 퇴직자 대다수가 남성이어서 일어난 현상으로 분석된다. 근본적으로는 남성 중심적이고 보수적이던 금융공기업 인사 문화에 작지 않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의미한다. 금융공기업들은 청년 인턴도 여성을 더 많이 뽑고 있다.
국민일보가 12일 금융감독원 등 금융공기업·공공기관 10곳에 대한 정보공개청구와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 경영공시를 종합해 분석한 결과, 지난 5년간 이들 10개 기관의 남성 연봉은 평균 131만원 상승한 반면 여성 연봉은 평균 599만원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 대상 기관은 금감원을 비롯해 기술보증기금 IBK기업은행 한국주택금융공사 서민금융진흥원 신용보증기금 한국수출입은행 KDB산업은행 예금보험공사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다.
분석 대상 10곳 모두 여성의 평균연봉 상승액이 남성을 넘어섰다. 한국주택금융공사에서는 남녀 연봉 상승액 차이가 6배 이상 났다. IBK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KDB산업은행은 5년간 되레 남성 평균연봉이 깎였다. 산은의 경우 5년간 깎인 남성 연봉이 평균 560만원에 달했다. 기업은행은 남성 연봉이 48만원 깎이는 동안 여성 연봉은 451만원 올랐고, 수은은 여성 인상액(222만원)을 고스란히 남성 차감액(-279만원)으로 상쇄했다.
금융권에서는 여성을 고위직에 기용하는 인사가 확대된 영향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고위직에 오르는 여성이 많아지면서 여성 평균임금도 함께 늘었다는 설명이다. 높은 연봉을 받는 고연차 직원 상당수가 남성이라는 점도 작용했다. 이들의 정년퇴직, 이직 등으로 고연봉 남성이 줄고, 이에 따라 남성 연봉이 줄어든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퇴직 직원은 대부분 남성인데 신입은 남녀가 비슷한 성비로 입사하고 있다는 점도 변화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을 제외한 9곳 기관의 최근 5년간 정규직 합격자 남녀 성비는 55대 45 수준이다. 한 금융공기업 관계자는 “임금피크제도 남성 연봉 변동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공기업·공공기관은 최근 청년인턴도 여성을 대폭 채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인턴을 채용하지 않은 금융감독원을 제외한 금융공기업·공공기관 9곳의 채용 현황을 보면 이들은 지난 2017년 대비 2021년 대폭 늘어난 청년인턴 자리에 여성 지원자를 압도적으로 많이 채용했다.
이들 9개 기관의 전체 청년인턴 채용 인원은 2017년 1431명에서 지난해 2105명으로 674명 늘었다. 문재인정부가 ‘청년에게 기회를 주겠다’며 인턴 자리를 대폭 증설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늘어난 674명 중 83.4%(562명)는 여성이었고 남성은 16.6%(112명)였다. 주택금융공사의 경우 늘린 인원 151명 중 여성이 110명이었다. 수출입은행은 채용인원을 127명에서 120명으로 줄였지만 여성 채용은 되레 71명에서 84명으로 늘렸다. 기업은행은 아예 늘어난 인원(194명)보다 많은 231명의 여성을 추가 고용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기관평가 고득점을 노린 ‘꼼수 채용’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정부 기관평가 가운데 ‘ESG’ 항목은 여성 임원 채용 현황 등 양성평등 수준을 평가하게 돼 있다. 이를 의식한 공기업들이 ‘보여주기식 양성평등’을 위해 조직에 큰 영향이 없는 청년인턴 전형에서 여성을 대거 채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금융공기업의 이런 행태는 역차별을 호소하는 ‘이대남’에게 불필요한 오해를 사 갈등을 유발한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금융공기업들 관계자들은 “청년인턴 채용과 관련해 성별 등 의도적인 요소에 의한 차별은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합격자 성비가 비상식적으로 특정 성별에 쏠린 만큼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다. 금융공기업 청년인턴은 금융권 취직을 준비하는 대학생 등 취업준비생 사이에서 ‘필수 스펙’으로 불릴 만큼 인기가 뜨겁다. 워라벨(일과 삶의 균형)을 보장받으면서 직무 경험과 구직방향 조언, 급여 등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