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검장 “이은해 계곡살인, 검수완박 됐으면 묻혔다”

입력 2022-04-12 20:22
김후곤 대구지검장이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기자실에서 전국 지검장 회의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현직 검사장이 더불어민주당 당론으로 채택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이 실현되면 ‘계곡 살인’ 사건 등 중요한 사건들의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후곤 대구지검장(56·사법연수원 25기)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최근 계곡 살인사건도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권이 있었기 때문에 (재수사가) 가능했다”며 “보완 수사를 요구하지 못하면 검찰이 그런 사건들을 발굴할 가능성 자체가 사라진다”고 주장했다.

김 지검장이 언급한 ‘계곡 살인사건’은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남편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이은해(31·여)씨 사건을 뜻한다. 이 사건은 경기 일산서부경찰서에서 불구속 송치했으나 인천지검이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으로부터 넘겨받고 재수사에 착수했다.

김 지검장은 “과거 국정농단 사건이나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같은 사건을 검찰이 수사하지 않으면 누가 할 것이라는 대안도 나와 있지 않다. 결국은 중대범죄에 대한 대응 자체가 무력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이나 일본, 독일 검사들도 대형 경제범죄 사건은 직접 수사한다”라고도 덧붙였다.

그는 “법안의 여러 문제점을 제대로 해결하기도 전에 법을 뒤집는 형태의 법안이 되면 그로 인한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전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찰 출신인 황운하 민주당 의원이 최근 의원들에게 편지를 보내 ‘검찰 수사권을 폐지하면 6대 범죄 수사권이 경찰로 가는 게 아니라 그냥 증발한다’고 전한 것과 관련해선 “굉장히 위험한 말씀이라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김 지검장은 “수사라는 것이 범죄자를 처벌하기 위한 활동인데, 이를 일정 수준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건 저희 (검찰) 관점에서 보면 틀린 말”이라고 했다.

그는 “저도 검찰개혁 추진 대변인 할 때 추진 지원단 소속으로 했다. 검찰개혁은 필요하다”면서도 “검찰개혁이라는 것이 정치구호로써는 그만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과거의 몇 가지 무리한 수사 때문에 검찰의 수사 기능 전체를 박탈한다는 것은 빈대 잡겠다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고 성토했다.

진행자가 ‘김오수 검찰총장도 같은 입장인가’라고 묻자 김 지검장은 “그렇다고 본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모든 검사가 같은 입장일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또 검수완박 논란을 검찰이 자초했다는 점을 인정하며 자성의 목소리도 냈다. 김 지검장은 “저희가 국민들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으므로 이런 법안도 추진되는 것”이라며 “죄송하다. 국민에게 진정성을 보여 최선의 결과가 도출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은 이날 국회에서 정책의원총회를 열고 검찰개혁 의제를 논의한 결과 검수완박 입법을 4월 국회에서 처리하는 방안을 당론으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검수완박은 현재 검찰에 남아 있는 6대 중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범죄) 수사권을 중수청 등 다른 기관으로 옮기고, 검찰에는 기소권만 남기는 게 핵심이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