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文사저 경호원 ‘블라인드 채용’ 쇼?… 부모직업 등 요구

입력 2022-04-12 18:11

지난해 10월부터 시작돼 올해 2월 마무리된 ‘2021년도 대통령경호처 일반직(방호직)공무원 채용’ 당시 대통령경호처가 ‘블라인드 채용’을 표방하고도 실제로는 전형 과정에서 대학 졸업증명서, 고교생활기록부, 부모직업 등을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선발된 인력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퇴임 후 지낼 경남 양산시 사저 경호 인력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호처는 채용 공고를 내면서 ‘응시자는 이력서, 자기소개서 등에 특정 학교명, 성별, 가족관계 등 불합리한 차별을 야기할 수 있는 사항을 유추하거나 암시할 수 있는 일체의 내용을 기재해서는 안된다’고 했다. 경호처는 2017년부터 지원자의 학력이나 출신지 등을 가리는 블라인드 채용을 통해 불합리한 차별을 없애겠다고 알려왔다.

응시 자격엔 근무경력기간만 명시됐다. 공고에는 ‘경호·경비분야 근무경력기간을 합산해 7급은 10년 이상인 자, 9급인 경우 3년 이상인 자’로 기재돼있다. 전형은 총 3단계로 진행됐다. 1차 직무수행계획서 평가와 2차 국가관·공직윤리에 대한 논술 평가와 윗몸일으키기, 달리기 등 체력검정이 이뤄졌다. 3차 전형은 심층면접이었다.

그런데 경호처는 3차 면접 합격자 발표 후 서류를 추가 제출하라며 파일마다 암호를 걸어 합격자들에게 송부했다. 해당 파일에는 합격자 신원과 건강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일반 서류들 외에 고교생활기록부 사본, 대학 성적증명서, 최종학력 졸업 증명서를 경호처로 등기발송하라고 적혀 있었다.

일종의 자기소개서인 ‘자기진술요령’ 파일도 보내라는 안내가 있었다. 문서 양식에는 ‘부모직업, 거주형태, 주변환경(주택단지, 상가, 아파트 등), 경제상황 등을 적도록 했다. 공고된 3차 전형까지 합격하고도 해당 서류 제출 후 탈락하는 지원자들도 나왔다.

이를 두고 출신 대학이나 부모직업, 거주형태 등이 당락에 영향을 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로 고용노동부가 제시한 ‘블라인드 채용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졸업 증명서 등 증빙서류는 우대 및 결격사유 등 모집 공고 시 제시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최종 합격자 발표 전 요구할 수 없다.

경호처도 해당 서류들이 최종 합격 여부에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경호처 관계자는 “1~3차 평가는 블라인드로 진행됐고 이후 서류 제출 요구는 검증 차원이었다”고 말했다. 또 “법령에도 경호처의 경우 학력과 신원진술서 등을 요구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다른 공안기관 사정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경호처 업무의 특수성을 고려하더라도 채용 공고 시 오해의 소지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 내용과 절차를 명확하게 밝혔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변호사는 “신원조회가 필요한 기관의 경우 범죄 이력 조회 등은 할 수 있지만 학력이나 부모 직업 등을 요구한 후 합격을 결정하는 것은 블라인드 채용 목적에 어긋나는 방식”이라며 “법령에 따라 학력 등의 증명서를 검증의 목적으로 요구할 계획이었다면 채용 공고에 이를 명시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