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12일 문재인정부가 추진해온 ‘탈원전’에 기반한 탄소중립 정책의 대대적 개편을 예고하고 나섰다. 탈원전 정책의 폐기를 공식화한 셈이다.
전날 문재인 대통령의 “탄소중립 정책의 근간은 변함없이 유지돼야 한다”는 발언이 나오자마자 인수위가 이를 반박한 모양새가 되면서 신구 권력 간 긴장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원희룡 인수위 기획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민주당 정권은 탄소중립을 외쳐 왔지만 온실가스 배출량은 작년에 4% 이상 늘었고, 올해도 늘어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인수위는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서 그 원인을 찾고 있다. 원전 발전이 감소한 대신 석탄과 LNG 발전이 늘어나면서 탄소 배출량이 더 늘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인수위는 한국전력공사의 전력 구입비가 문재인정부 5년간 13조원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원전 발전량이 줄면서 재생에너지와 LNG 발전 등 원가가 비싼 다른 발전원으로부터의 전력 구매를 늘렸기 때문이라는 게 인수위의 분석이다.
인수위는 문재인정부의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그대로 추진할 경우 2050년에는 전기료가 지금의 5배에 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원 위원장은 “전기요금 인상 요인은 매년 4∼6% 쌓아놓고 있고 미래에도 그 부담을 그대로 유지시킨 채 다음 정권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윤석열정부는 탄소중립에 관한 정직하고 현실성 있고 책임 있는 계획을 다시 세워야 한다는 것이 기후변화TF팀의 잠정적인 결론”이라고 밝혔다.
이에 인수위는 실현 가능한 탄소중립을 위한 구체적 방안을 담은 전략 보고서를 2주 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전달할 계획이다. 김상협 인수위 상임기획위원은 “재생에너지는 여전히 중요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원전을 어떻게 조화할 것인지를 (고려한) 새로운 에너지믹스를 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올해 상반기 내에 한국형 그린 택소노미(K-Taxonomy)에 원전을 포함시키는 방안도 추진한다. 그린 택소노미는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 경제활동의 범위를 정한 분류체계인데, 원전이 포함되지 않은 점을 두고 논쟁이 있었다.
문 대통령이 11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탄소중립 정책의 근간 유지를 강조한 직후에 인수위의 이런 입장이 나온 것을 두고 신구 권력의 충돌로 보는 해석도 나온다. 원 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인수위와 마무리하는 정부 사이의 공방으로 비치는 것을 저희는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현수 구승은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