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네킹 태우고 고의충돌”… 20대 보험사기 급증

입력 2022-04-12 17:28

보험사기 범죄로 적발된 20대가 최근 2년간 33.3%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0대 보험사기범 대부분은 고의로 교통사고를 낸 후 보험금을 챙기는 등 자동차보험 사기에 가담했다가 덜미를 잡혔다.

1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사기로 적발된 사람은 9만7629명이고 적발 금액은 9434억원이다. 보험사기범 연령대는 50대가 2만2488명으로 가장 많았지만, 20대 보험사기범이 최근 눈에 띄게 증가했다.

20대 보험사기범은 2019년 1만3881명, 2020년 1만6539명, 2021년 1만8551명으로 증가했다. 전체 보험사기범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19년 15.0%, 2020년 16.7%, 2021년 19.0%로 커졌다. 지난해 보험사기범 5명 중 1명이 20대인 셈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난해 전체 적발 인원이 전년(9만8826명)보다 1.2% 감소한 점을 감안하면, 20대 적발 인원은 가파르게 증가한 것”이라고 말했다.

20대 보험사기범이 증가한 것은 자동차보험 사기에 연루된 청년이 늘어났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20대 보험사기범 중 83.1%인 1만5425명이 자동차보험 사기와 관련된 것이었다. 자동차보험 사기 중에선 고의 충돌 사고가 39.9%(7405명)로 가장 많았다. 이어 음주·무면허 사고가 12.6%(2341명), 운전자 바꿔치기 8.2%(1525명) 순이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20대들이 이른바 ‘마네킹’으로 고의 충돌 사고 범죄에 가담하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다. 20대를 자동차에 태워 일부러 충돌 사고를 낸 뒤 보험금이나 합의금을 뜯어내는 수법이다. 이 범죄에 동원되는 탑승자를 마네킹이라고 한다.


보험사기범들은 SNS나 인터넷 카페 등에서 ‘단기 고액 알바’라고 속여 청년 공범을 모집한 것으로 조사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아르바이트를 구하기 어려워진 20대가 범죄 유혹에 빠지는 경우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경찰청, 국민건강보험공단 등과 함께 조직형 보험사기에 대한 적발 활동을 강화할 방침이다. 전문 브로커의 보험사기 범죄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최근 ‘실손의료보험금 청구가 불가능한 약제를 처방받으면서 보험금 청구가 가능하도록 해주겠다’고 환자를 모은 뒤 진료기록부를 거짓으로 작성, 보험금을 타도록 하는 등 조직적인 보험사기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