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난티, 500여억원 규모 금강산 리조트·골프장 ‘손절’

입력 2022-04-12 17:22 수정 2022-04-12 17:42
아난티 금강산 골프장. 아난티 제공

리조트·골프장 운영업체인 아난티가 10년 넘게 방치됐던 금강산 리조트 사업을 정리한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던 금강산 리조트를 과감하게 ‘손절’하고 서울 강남, 부산 기장, 제주도 등 미래사업에 집중한단 계획이다.

아난티가 미래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금강산 사업을 정리할 예정이라고 12일 밝혔다.

아난티는 지난해 12월 말 기준 507억원 규모로 평가받고 있는 금강산 관광특구의 골프장(18홀)과 리조트(96실) 등 부동산 자산을 손상 처리할 계획이다.

북한에 조성한 ‘아난티 금강산 골프장’ 등 관광·레저시설은 금강산 관광지구에 들어선 남측 최초의 스포츠 시설이었다. 아난티 그룹(옛 에머슨퍼시픽)은 현대아산이 북한으로부터 임차한 대지를 50년간 재임대해 18홀 규모의 골프 코스와 리조트 등을 조성했다. 골프장은 금강산 승용차 관광을 시작한 직후인 2008년 5월에 개장했다.

그러나 같은 해 7월 우리 관광객 박왕자씨가 북한 군인에게 피살당하는 사건으로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면서 14년 동안 골프장 시설을 활용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재산권도 보장받지 못해왔다.

북한은 더 나아가 2010년 4월 금강산 관광지구 내 민간 시설들을 ‘동결’했다. 2019년 통일부가 공개한 사진을 보면 금강산관광지구 남측 시설은 10여년간 관리되지 않아 녹슬고 허물어진 모습이 역력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9년 10월 이곳을 찾아 금강산 시찰 과정에서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 시설을 싹 들어내도록 하라”고 지시한 이후 실제 현대아산 소유의 ‘호텔 해금강’(해상호텔)을 철거한 바 있다.

이런 이유로 코스피 상장기업인 아난티는 북한 관련 악재가 터질 때마다 주가가 요동치는 등 큰 변동성을 보였다.

해금강호텔 앞에 선 김정은 국무위원장. 조선중앙통신, 뉴시스

◇500억원 규모의 옛 사업 ‘손절’하고 1조3000억원 지키겠다

현재 아난티는 오는 6월 강남구 논현동에 ‘아난티 앳 강남’을 오픈하고 내년 기장 오시리아 관광단지에 16만㎡에 달하는 ‘빌라쥬 드 아난티’를 선보인다. 최근에는 제주도 북쪽 해변 인근에 20만8000여㎡ 부지 규모의 차세대 관광·리조트 개발에 나섰다.

아난티 관계자는 “금강산 사업이 종료돼 안타까운 마음도 있다”면서도 “현재 아난티가 보유한 총자산이 1조 3000억원이 넘고, 운영 중이거나 추진하는 플랫폼이 7개나 되는 상황에서 500억 원 정도 되는 자산에 의해 브랜드 가치가 지속 손상받는 것보단 정리하고 게 올바른 길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국내 그리고 더 나아가 아난티가 선택한 해외에서 브랜드를 확충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