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과거 칼럼에서 면접 지원자들의 이력서 사진 ‘포샵’을 거론하면서 “남자보다 여자가 더 심하다. 미모든 아니든 사진과 실물이 다르다”고 언급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가 된 칼럼의 내용은 10여년 전 작성된 것이지만 여성에 대한 부적절한 인식을 나타낸 것 아니냐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정 후보자는 12일 ‘암 환자 특효약은 결혼’이라고 칼럼에 썼던 것을 두고 논란이 일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부적절한 인식과 표현’이라며 비판에 나섰다.
정 후보자는 경북대병원 재직 중인 지난 2010년 한 언론에 ‘디지털 사진’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게재했다.
정 후보자는 칼럼에서 ‘디지털 사진에 변형작업이 성행하면서 사진이 그동안 가져왔던 ‘재현성’에 의문을 갖지 않을 수가 없게 됐다’고 했다.
이어 병원 직원채용 면접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자신의 경험을 소개하면서 이력서로 제출된 사진과 실제 인물이 판이하게 다르다고 했다.
정 후보자는 “남자보다는 여자가 더 심하고 여자의 경우는 미모든 아니든 사진과 실물이 다른데 아마 자기가 원하는 모습으로 ‘포샵’을 한 모양”이라며 “어차피 사진만으로 뽑는 것도 아니고 직접 면접을 보는 직원채용에 왜 아무 도움이 안 되는 스스로 미화시킨 사진을 쓰는지 필자로서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고 적었다.
일각에서는 채용 시장에서 조금이라도 더 자신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지원자들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 후보자는 또 지난 2013년 기고한 ‘3M(미터) 청진기’라는 제목의 칼럼에서는 ‘여자 환자의 가슴에 바로 귀를 대기가 민망해서 만들어진 청진기가 이젠 더욱 길어지게 됐다. 어쩌면 앞으로는 여성의 손목에 실을 매어 옆방에서 진맥을 했던 선조들의 모습으로 되돌아가야 할지도 모를 일’이라고 적었다.
성범죄자 취업제한 직종에 의료인을 포함하도록 한 법은 불합리하다는 의료단체 주장에 동조하는 내용의 칼럼을 작성한 것이다.
당시 전국의사총연합(전의총)은 공식 페이스북에 “한국형 청진기 공구(공동구매) 들어갑니다. 의사는 3m 떨어져 있고, 여환(여자환자) 분은 의사 지시에 따라 청진기를 직접 본인의 몸에 대시면 됩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정 후보자는 칼럼에 이 글도 직접 소개했다.
정 후보자는 지난 2012년 또 다른 칼럼에서는 “결혼만으로도 당장 예비 애국자가 될 수가 있고, 출산까지 연결된다면 비로소 애국자의 반열에 오른다”며 “폐암 환자의 경우 배우자가 있는 사람이 독신인 사람보다 훨씬 오래 산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암 치료의 특효약은 결혼이다”라고 적었던 사실이 공개돼 논란이 일었다.
정 후보자는 이날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처음 출근하면서 칼럼 논란과 관련해 “조금이라도 마음이 불편하고 상처받은 분들이 있다면 대단히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10년 전 외과의사로서 지역 신문에 기고한 글이고 당시 의료 문제의 핫이슈에 대해 쉽고 재미있게 풀어서 설명하는 그런 성격의 글이었다”고 해명했다.
민주당 “부적절한 인식과 표현 매우 충격적” 비판
더불어민주당은 정 후보자 인선을 문제 삼으며 공세를 이어갔다. 천준호 의원은 “윤석열 당선인의 40년 친구라는 정호영 후보자의 부적절한 인식과 표현이 매우 충격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결혼과 출산이 애국이라며 저출산을 여성의 탓으로 돌리고 성범죄자 취업 제한 직종에 의료인이 포함된 걸 조롱하고, 3m 청진기로 진료해야 한다고 말하는 등 의사의 자질조차 의심되는 인물”이라고 비판했다.
천 의원은 이어 “이런 인물이 당선인 40년지기라는 이유로 장관 후보자로 임명된 것이다. 인사 검증 실패인지 윤 당선인의 인식이 정 후보자와 동일한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