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이 심장박동이 불규칙한 심방세동을 유발한다는 국내 연구결과가 나왔다. 마음의 병이 심장의 병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의 심방세동 위험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심방세동 위험이 25% 높았고, 특히 20·30대의 경우 발병 위험은 58%로 치솟았다.
심방세동은 심장에서 혈액을 내뿜는 심방이 규칙적으로 뛰지않고 분당 300~600회의 매우 빠른 파형을 형성해 불규칙한 맥박을 일으키는 부정맥 질환이다.
심한 두근거림과 흉통, 호흡곤란 등의 증상을 보이며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심부전, 뇌졸중, 치매까지 일으킬 수 있다.
고려대 안암병원 순환기내과 최종일·김윤기, 정신건강의학과 한규만, 숭실대 정보통계보험수리학과 한경도 교수팀은 우울증과 심방세동이 밀접한 연관성을 갖고있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12일 밝혔다.
그간 우울증 있는 사람들에서의 심방세동 위험은 명확하게 알려진 바 없었으나 대규모 연구를 통해 마음과 심장병의 관계를 밝힌 것이다.
연구팀은 2002~2008년 국가건강검진자 중 심장 건강에 이상이 없고 20세 이상인 500만명의 10년간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우울증을 앓고 있는 경우 심방세동 위험이 1.25배 높았다. 또 우울증의 재발 에피소드가 없는 경우 1.17배, 재발 에피소드가 있는 경우는 1.32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연령이 낮을수록 발병 위험이 높았으며 20~39세인 경우 1.58배로 가장 높은 연관성을 보였다.
김윤기 교수는 12일 “스트레스, 심리적 불안, 긴장 상태 등은 심방세동의 위험 인자인데, 우울증 환자들의 심리적 불안과 신체활동 저하 등이 심방세동 유발에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최종일 교수는 “우울증이 있는 경우 정신건강의학과 진료 뿐 아니라 심장 건강도 꾸준히 살펴, 뇌경색 치매 심부전 등 중증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는 심방세동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젊은층에서 우울증이 있는 경우 심방세동 발병 위험도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는데, 젊다고 건강을 과신하지 않도록 주의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심방세동 발생을 조기에 진단해 적극 치료하는 경우 완치율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우울증이 있는 경우, 심장 건강에 대한 적극적이고 주기적인 검사가 권장된다”고 조언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의사협회(AMA) 공식 자매 학술지(JAMA Network Open) 최신호에 발표됐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