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증권시장이 12일(한국시간)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에 대한 경계심, 10년물 국채금리 상승에 따른 공포심을 견디지 못하고 하락했다. 기술주의 약세에서 반도체 시장은 가장 뚜렷한 낙폭을 기록했다. 세계 반도체 시장 시가총액 1위인 엔비디아는 5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1. 엔비디아 [NVDA]
엔비디아는 나스닥에서 전 거래일 종가보다 5.2%(12.02달러) 밀린 219.17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주가는 지난 6일 마감된 장부터 5거래일 동안 19.6%나 빠졌다. 겨울 하락장을 끝내고 반등을 시도했던 지난달 상순으로 돌아간 셈이다. 반등장의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했다.
반도체 시장은 공급 차질, 향후 경기 둔화 우려로 최근 고전하고 있다. 미국 금융사 서스쿼해나파이낸셜그룹은 “반도체의 지난달 리드타임(주문부터 납품까지 기간)이 한 달 사이에 2일 늘어난 26.6주(186.2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조사를 시작한 2017년 이후 사상 최장 기간이다.
여기에 미국 투자은행 베어드의 투자 의견 하향이 엔비디아의 주가 하락을 부추겼다. 베어드의 트리스탄 제라 애널리스트는 소비자부문 그래픽처리장치(GPU) 재고가 쌓이는 점을 우려하며 엔비디아에 대한 투자 의견을 ‘수익률 상회’에서 ‘중립’으로, 목표 주가를 기존 360달러에서 225달러로 각각 하향했다.
제라 애널리스트는 “과도한 재고, 개인 컴퓨터(PC) 수요 둔화, 러시아 금수조치에 따라 소비자 GPU의 주문 취소가 최근 시작됐다”고 판단했다. 소비자 GPU 시장의 25~30%를 차지하는 중국의 수요 둔화, 암호화폐(가상화폐) 이더리움의 증명 방식 전환은 엔비디아의 악재로 꼽힌다.
이더리움이 작업증명(PoW)에서 지분증명(PoS) 방식으로 전환되면 더는 GPU를 사용하지 않게 된다. 가상화폐 채굴장에서 가장 선호되는 엔비디아의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더리움의 증명 방식 전환은 오는 6월 전으로 예정돼 있다.
2. AT&T [T]
미국 통신·미디어 기업 AT&T는 뉴욕증권거래소에서 7.74%(1.4097달러) 오른 19.63달러에 도달했다. 미국 은행 JP모건체이스가 AT&T에 대한 투자 의견을 ‘중립’에서 ‘비중 확대’로 상향하고, 목표 주가를 전 거래일 종가보다 21%나 높은 22달러로 제시하면서다.
AT&T는 자회사 워너미디어를 디스커버리에 매각했다. 워너미디어와 디스커버리는 ‘워너브러더스디스커버리’라는 이름으로 합병돼 나스닥에 상장됐다. JP모건의 필립 쿠식 애널리스트는 “AT&T 경영진이 이번 분사로 무선 사업과 광대역 서비스 확대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며 투자 의견을 상향 조정했다.
3. 델타항공 [DAL]
미국 항공사 델타항공은 뉴욕증권거래소에서 4%(1.47달러) 상승한 38.2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 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어닝 서프라이즈’ 기대 종목으로 지목되면서다. 델타항공의 올해 1분기 실적은 미국 현지시간으로 오는 13일 중 발표된다.
월스트리트는 델타항공이 주당 순손실 1.32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델타항공과 사우스웨스트항공의 실적 호전을 예상하면서 “올해 주가가 하락했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이익으로 주주들을 놀라게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루 3분이면 충분한 월스트리트 산책. [3분 미국주식]은 서학 개미의 시선으로 뉴욕 증권시장을 관찰합니다. 차트와 캔들이 알려주지 않는 상승과 하락의 원인을 추적하고, 하룻밤 사이에 주목을 받은 종목들을 소개합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