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 못 받는 건 너네야”… ‘흉기난동’ 비판 조롱한 경찰

입력 2022-04-12 06:18 수정 2022-04-12 10:25
'인천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의 피해자 가족대표 유모씨가 지난 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CCTV 영상 공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밥값만 한다고. 사명감 없이 받은 만큼만 한다고.”

“계속 비하하고 멸시해봐. 중요한 순간에 보호 못 받는 건 너네야.”

“세금 좀 낸다고 고용주라도 되는 것 마냥 갑질하려고 하네”

‘인천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 당시 CCTV 영상이 공개되면서 경찰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센 가운데 익명 직장인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일부 경찰관들이 남긴 댓글이 누리꾼의 공분을 사고 있다.

지난 10~11일 다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인천 경찰 CCTV 공개 후 경찰 블라인드 여론’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이는 블라인드에서 인천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을 두고 경찰청 직원과 누리꾼들이 설전을 벌인 댓글을 캡처한 내용을 모은 것이다. 블라인드는 회사 이메일로 인증을 해야 글을 작성하거나 댓글을 쓸 수 있다.

해당 글에는 경찰청 소속임을 인증한 누리꾼들이 “경찰 5년 일했는데도 한 달 300(만원) 겨우 실수령인데 이걸로 밤새우고 목숨 걸고 일하라고?” “시민의식 높아서 층간 (소음) 분쟁에 살인미수 터졌네. 역시 시민 의식 굿”이라고 단 댓글이 담겨 있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경찰청 소속 한 누리꾼은 “이 나라와 국민이 경찰을 이렇게 만들었다. 악으로 깡으로 버텨라”고 적었는데, 이에 다른 누리꾼은 “국민이 어쩌다 경찰을 이렇게 만들었는지 말씀 가능할까요”라고 의문을 표했다. 그러자 경찰청 소속 누리꾼은 다시 “알아서 찾아라. 너무 많아서 설명 불가”라고 쏘아붙였다.

경찰 직업윤리에 대한 냉소적 반응도 보였다. 경찰청 소속 다른 누리꾼은 “세금 좀 낸다고 고용주라도 되는 것처럼 끝까지 갑질하려고 든다. 경찰 무시하다 잘못 걸려봐야 정신 차리려나 싶다”라고 댓글을 달았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이에 한 누리꾼은 “갑질을 했어야 갑질이라 하지. 직업윤리랑 선서는 어디다 가져다 버렸나”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먼저 댓글을 달았던 경찰청 소속 누리꾼은 “선서 그딴 거 없는데? 직업윤리도 소극 행정만큼 최소한으로 하는데 뭔 상관? 선서했다고 쳐도 갖다 버리면 된다”고 차갑게 반응했다.

또 다른 경찰청 소속 누리꾼은 “이 사건과 별개로 경찰이 적절한 공권력 행사를 하더라도 책임져야 하는 게 너무 많다”며 “할 말 없으나 직원 2명의 잘못된 대처를 13만명 조직의 기본값으로 조리돌림 하는 분들이 너무 많다”고 적었다.

여기에도 “누가 강제로 시켰나” “돈 벌러 간 거면 일은 해야지” “돈 두 배 받는다고 일할 것 같으냐” “힘들면 관둬라”는 등 다른 누리꾼의 비판이 쇄도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인천 남동구의 한 빌라에서 발생한 흉기 난동 현장에서 경찰관이 부실 대응하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당시 경찰관은 흉기에 찔린 피해자를 구하지 않고 현장을 이탈했고, 피해자 가족이 직접 가해자를 제압하는 일이 벌어졌다.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관 2명은 결국 해임됐다.

이 사건으로 피해자 부부와 자녀는 흉기에 찔리는 부상을 입었고, 아내는 목 부위를 찔려 크게 다쳤다. 남편은 최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머리를 크게 다친 아내는 1살 지능을, 20대 딸은 성형수술을 15번 이상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경찰관의 댓글을 두고 앞서 국민적 공분을 일으켰던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태가 떠오른다는 누리꾼 반응도 이어졌다. 지난해 3월 LH 임직원 땅 투기 의혹이 제기되면서 여론의 비판이 일자 LH 소속의 한 누리꾼은 블라인드에 “꼬우면 우리 회사로 이직하든가”라고 적었다. 이 누리꾼은 당시 “어차피 한두 달만 지나면 사람들 기억에서 잊혀져서 물 흐르듯이 지나가겠지”라며 “난 열심히 차명으로 투기하면서 정년까지 꿀 빨면서 다니련다. 이게 우리 회사만의 혜택이자 복지”라고 말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